제33화
임준기의 머릿속이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금 그 말은 무슨 뜻이지? 설마 방 안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가? 그런데 강세린의 표정은 분명 이상했는데. 잠깐만.’
임준기는 문득 어떤 점에 꽂혔다.
박재현이 방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넉넉잡아도 5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안에 옷을 벗고 다시 입으려면 정작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터였다.
임준기는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겨우 3분?’
그는 그제야 고성은의 그 의미심장한 눈빛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 눈빛은 별로 볼 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아예 볼 것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러니 사모님이 이혼을 하겠다고 나섰던 거구나!’
이해가 갔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표님이 정말로 그 3분짜리 남자였단 말인가? 그러니까 사모님이 3년 동안 아이가 없었던 이유도 이거였단 말이지? 세상에...’
이건 거의 폭탄급 비밀이었다. 이게 세상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배성 그룹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게 뻔했다.
임준기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안 돼, 절대 이대로 둘 순 없어.’
박재현의 행복을 위해서, 회사의 안정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임준기는 주저 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떨리는 손끝으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민 매니저님? 임준기입니다.”
목소리를 낮췄지만 말투엔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급해요! 아주 급합니다! 지금 갖고 계신 최신, 최상급 보충제 전부 수량은 상관없어요, 있는 대로 전부 본사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가능한 한 빨리!”
전화를 끊고도 임준기의 몸은 계속 떨렸다.
그는 겪어본 적 없는 위기를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장 인생이 전례 없는 시련을 겪는 것만 같았다.
배성 그룹 건물을 나선 고성은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우진 그룹으로 향했다.
해청에 있는 건 단지 지사일 뿐, 본사는 파랑국에 있었다. 육정호가 이 땅을 다시 밟은 것도 벌써 3년 만의 일이었다.
글로벌 의료 정상회담도 줄곧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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