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박지수는 자신의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통제 잃은 말이 고성은을 태운 채 멀리 달아나는 것을 보며 얼굴에 웃음이 더욱 선명해졌다.
‘세린 언니, 저 여자는 오늘 죽을 거야. 초보자가 저런 사나운 말을 타게 되면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둘 중 하나거든.’
‘그러면 언니가 우리 오빠랑 결혼하는 거야.’
‘대스타를 새언니로 둬야 내가 체면이 서지.’
다급함이 섞인 말발굽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검은색 말이 쏜살같이 고성은이 사라진 방향으로 질주했고 그녀는 이미 혼비백산인 상태였다.
말은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 옆의 숲으로 돌진해 희미한 길을 따라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녀는 손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고삐를 움켜쥐었다.
‘절대 떨어지면 안 돼.’
‘절대.’
거친 고삐는 그녀의 손바닥을 벗겨내듯 아팠지만 단 한 순간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 시각 말을 탄 박재현은 숲속으로 돌진했다.
말 등에서 덜컥거리며 흔들리는 고성은의 모습을 보니 심장이 튀어나올 듯 초조했다.
“고성은. 무서워하지 마.”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고삐를 꽉 잡고 침착함을 유지해.”
익숙한 목소리에 고성은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박재현의 모습이 흔들리는 나무 그늘 속에서 점점 가까워졌고 마음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박재현. 나 좀 살려줘. 아악.”
말을 또 한 번 덜컥거리며 그녀를 떨어뜨릴 뻔했다.
어느새 숲을 빠져나와 앞이 탁 트였지만 더 이상 갈 길이 없었다.
눈앞은 가파른 초록색 비탈이었고 아래로는 급류가 흐르는 강이 있었다.
놀란 말 역시 위험을 감지한 듯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고성은은 목숨을 걸고 고삐를 당겼지만 몸은 관성에 의해 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이제 끝이네.’
그녀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몸은 이미 균형을 잃었고 말 등에서 떨어질 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정말 끝장이다.
바로 그 위기일발의 순간, 강력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당기며 죽음 끝에서 건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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