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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늦가을, 황혼빛이 컬럼비아 대학교의 고풍스러운 정문 위로 따스한 황금빛을 드리운다. 심초연은 사람들 틈에 섞여 교문을 나섰다. 눈가엔 옅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맑고 또렷했다. 그녀는 방금 수업에서 다룬 국제 인수합병의 리스크 헤징 케이스를 머릿속으로 다시 되짚는 중이었다. 심초연은 낮에는 서원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자로 활동하며 최고의 투자은행·법률사무소들과 실시간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오후와 밤에는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금융 석사과정을 수료 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놀라운 집중력과 효율로 매 학기 최고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초... 아니, 심초연.” 익숙한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기태풍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발밑의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몇 걸음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심초연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석 달 전 뉴욕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녀는 비서에게 다음 세 가지 지시를 내렸다. 첫째, 승하 부동산의 모든 만기 채권을 회수할 것. 둘째, 승하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주식과 채권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전량 매도할 것. 셋째, 기태풍이 회계 조작과 가짜 재무제표로 불법 대출을 받은 증거를 금융감독 당국에 고발하되 그 내용이 전 언론사에 퍼지도록 뿌릴 것. 심초연은 지시를 내린 후 단 한 번도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으니 심장을 맞든 사지를 관통하든 더는 관심할 필요도, 시간도 낭비할 여유도 없었다. 대충 시간을 예상해 보니 지금쯤 다 처리됐을 것이다. “이제 만족해?” 기태풍은 머리를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승하 주식은 쓰레기가 됐고 채권자들은 매일 집이랑 회사 문 앞에서 날 기다려. 그리고 증권 관리국에서도 달라붙었고...” 기태풍은 짧게 비웃었다. “모든 게 다 네 뜻대로 됐어. 가족이든 회사든 모두 너한테 겁먹었어. 날 압박해서 모든 지분과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었고 이젠 정기적으로 나오는 생활비 외엔 아무것도 없어.” 심초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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