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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심초연은 서원 그룹 최고층 회의실의 중앙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단이 깔끔한 블랙 수트 원피스는 그녀의 탄탄한 전문성과 강력한 존재감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대형 스크린에는 복잡한 인수합병 절차 도면이 띄워져 있었다. 그녀의 말투는 빠르지 않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감이 있었다. 모든 결정은 요지를 정확히 찔렀고 임원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통합 방안은 플랜C로 실행합니다. 법무팀은 퇴근 전까지 최종 계약서 초안을 제게 보내세요.” 지시가 떨어지자 누구 하나 지체하지 않고 즉시 움직였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비워졌고 그제야 수석 비서가 두툼한 서류 더미를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심 대표님, 국내 쪽 결과가 나왔습니다.” “말해 봐요.” 심초연은 손에 든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의 인수합병 안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중요하지 않은 일정 보고를 듣는 듯한 표정이었다. “송미주가 기씨 부부의 음식에 혼합 신경 독소를 투입했는데 치사량에 가까운 농도였습니다. 다행히도 대표님께서 이전에 본가에 배치해 두신 아주머니가 기민하게 대응해 두 사람이 독성 반응을 일으키자마자 즉시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목숨은 일단 건졌지만 뇌 손상이 심각해서 지능이 다섯에서 여섯 살 아이 수준으로 퇴행했습니다. 그리고 기 사모님은 중추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상태라 사실상... 폐인입니다.” 회의실에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만 들렸다. “증거가 명확하고 며칠 전 송미주의 살인미수 사건까지 겹쳐 국내 경찰이 이미 정식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현재 인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그때 내선 전화가 울리더니 비서가 기씨 성의 남자가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담 비서가 막 화를 내며 거절하려던 순간 심초연이 제지했다. “올라오게 해요.” 왠지 이번 생에서 기태풍과 마지막으로 마주하게 될 순간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떤 일은 얼굴을 보고 매듭짓는 편이 낫다. 마지막 커피를 마신 뒤 심초연은 조금 전 화제로 돌아갔다. “기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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