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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두 직원은 당연히 윤수아가 누구를 말하는지를 알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절대 낯선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을 거니까요.” 윤수아는 그제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봐도 윤수아가 최도경의 아내로 보였다. 반 시간 후 엘리베이터 문이 또 열렸다. 윤수아와 최도경이 앞뒤로 나왔다. 하예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도경...”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수아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도경 오빠, 우리 얼른 가요. 희설이가 상황이 안 좋다고 했으니까 무슨 일인지 얼른 가서 확인해 봐요...” 최도경은 원래부터 하예원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거기에다 윤수아의 말을 들으니 하예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지나쳐 버렸다. 하예원은 그런 최도경의 앞을 막아섰다. “최도경, 1분만 시간 내줘...” 그러자 윤수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 “하예원, 아무리 남자가 필요하다고 해도 때와 장소는 구분해야 하지 않아?! 희설이한테 급한 일이 생겼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도경 오빠를 막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설마 일부러 희설이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는 거야? 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악랄할 수 있어!” 하예원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 날 조롱할 때는 그렇게 급해 보이지 않던데, 지금은 왜 갑자기 급한 척이지?” 윤수아는 당연히 모른 척하며 하예원을 향해 손가락질해댔다. “하예원! 너 지금 일부러 시간 끄는 거지! 희설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경 오빠가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하예원은 웃음을 터뜨렸다. “윤수아, 너 말 참 재밌게 한다. 윤희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가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왜 나한테 화풀이야?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하지만 너처럼 애꿎은 사람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아니지 않나?” “하예원, 너 진짜!” 최도경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만해.” 이내 윤수아를 보며 말했다. “희설이 있는 곳을 말해. 지금 바로 갈 테니까.” 하예원은 미간을 구기며 최도경의 팔을 확 잡았다. “최도경, 나...” 그러나 최도경은 싸늘하게 말했다. “하예원, 만약 너 때문에 희설이한테 더 큰 문제가 생기면 그땐... 정말로 네 탓을 할지도 모르니까 이거 놔.” 하예원은 그제야 손을 놓았다. 최도경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윤수아는 기고만장해져 하예원을 흘끗 보고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떠나버렸다. 최도경은 집에 자주 오지 않았던지라 하예원은 언제 다시 최도경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노서연의 일은 계속 미뤄두면 좋을 것이 없었던지라 결국 택시를 불러 최도경의 뒤를 따라갔다. 최도경의 차는 어느 한 클럽 입구에 멈춰 섰다. 이곳은 세원시에서 제일 큰 클럽이었고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입구의 직원은 최도경을 바로 알아보고 공손하게 부르며 인사했다. 심지어 회원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들여보냈다. 하예원은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직원이 바로 막아섰다. “손님, 카드를 보여주시죠.” 하예원은 당연히 클럽의 카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 멀리 가지 않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 최도경을 만나러 온 거예요.” 그럼에도 직원은 꿈쩍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손님. 카드를 보여주세요.” 직원의 태도는 아주 좋았지만 눈빛은 어딘가 하예원을 무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무래도 하예원이 최도경을 쫓아다니는 여자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하예원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하예원은 최도경이 여자를 안은 채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자의 모습은 아주 처참했고 최도경의 겉옷을 덮고 있었다. 머리 또한 헝클어져 산발이었고 얼굴은 심하게 부어있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바로 윤희설이었다. 윤수아는 아주 초조한 얼굴로 최도경의 옆에 붙어서 다급하게 말하고 있었다. 최도경은 빠르게 차로 다가가 윤희설을 뒷좌석에 눕혔고 윤수아도 얼른 차에 올라탔다. 하예원은 그들의 다음 목적지가 병원일 거로 추측하고서는 또 택시를 불러 따라갔다. 최도경의 차는 아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 탓에 하예원은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그들의 목적지를 예상하였던 하예원은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역시나 하예원의 예상대로 그곳에서 최도경의 차를 발견했다. 반 시간 가까이 지나자 하예원은 드디어 윤희설이 입원한 병실을 찾아냈다. 병실에는 윤희설과 최도경만 있었고 윤수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예원은 당연히 막무가내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병실 밖에서 최도경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그때 다시 노서연의 일에 관해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다만 윤수아가 급하게 떠난 탓인지 병실의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윤희설과 최도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희설의 목소리는 다소 잠겨 있었다. “미안해, 도경아. 내가 또 너한테 폐만 끼쳤네.” 최도경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나직했다. “나한테 폐를 끼쳤다느니 할 거 없어. 애초에 네가 피아노를 포기하게 된 건 나 때문이니까.” 윤희설의 표정이 다소 우울하게 변했다. “비록 피아니스트는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살고 있으니까 만족해.” 몇 초간의 침묵 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설아, 미안해.” 윤희설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경아,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사과하지 마.” 병실 밖에 서 있던 하예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는 머릿속에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다. 윤희설의 꿈은 원래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최도경 때문에 손을 다치게 되었고 더는 피아노를 칠 수 없어 연예인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다. 이 일로 윤희설은 최도경의 첫사랑이 되어버렸고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고 있었던지라 결혼 얘기까지 오가게 되었지만 하예원이 갑자기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비열하게 끼어드는 바람에 최도경은 하는 수 없이 하예원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 뒤로 윤희설은 크게 상심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세원시를 떠나버렸다. 그동안 최도경은 이 일로 하예원을 혐오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하예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하예원의 ‘질척임'으로 이혼도 하지 못한 채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예원의 생일날 윤희설이 돌아오고 말았고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하예원은 결국 최도경의 이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 추측했다.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예원 씨?”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있었고 놀란 얼굴로 하예원을 보고 있었다. 하예원은 눈앞에 있는 남자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 물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 최 대표님 비서, 고진형이에요... 하예원 씨, 정말로 저 기억 안 나세요?” ‘고진형?' 하예원은 속으로 고진형의 이름을 곱씹어 보았지만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막 기억을 잃었다고 설명하려던 때 병실의 문이 확 열렸다. 남자는 아주 차가운 얼굴로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하예원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더니 입술 사이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예원,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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