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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유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속으로 비웃었다. 최도경이 괜히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최도경 씨가 예원이 좋아하는 걸로 주문 좀 해주시겠어요? 예원이가 기억을 잃어서 많이 잊었지만, 전 어릴 때부터 예원이랑 함께 자라서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 유시준이 아니라 다른 남자였다면, 최도경은 아마 대충 둘러대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예원만 맞장구쳐 주면 손쉽게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시준은 달랐다. 그는 하예원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오래된 소꿉친구였다. 하예원이 기억을 잃었어도 유시준은 잊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알고 있었다. 최도경이 결혼한 뒤에도 하예원과의 관계가 늘 냉랭했고, 결혼 3년이 지나도록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런 남자가 과연 아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시준은 오늘, 하예원이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을 똑똑히 보길 바랐다. 그래서 완전히 실망하고, 다시는 미련을 갖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자신만만한 유시준을 힐끗 본 최도경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는 손끝으로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긴 손가락이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얇고 단정한 입술에서 음식 이름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처음엔 평범했다. 스테이크, 푸아그라, 프렌치 에스카르고처럼 흔한 서양 요리들이었다. 그러다 수프와 음료, 과일, 디저트 순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엔 하예원을 위해 딸기맛 아이스크림까지 주문했다. 유시준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다. 최도경이 고른 메뉴들이 하나같이 하예원이 좋아하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은 특히 뜻밖이었다. 하예원이 한때 차가운 걸 너무 즐겨 먹다 위를 상한 뒤로는 몇 년째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도경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맛이 딸기였다는 사실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하예원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어?” 그녀는 기억을 잃은 뒤 최도경과 함께 몇 번 식사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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