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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거울 속 여자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빛을 머금은 원단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그녀의 몸선을 완벽하게 감쌌다. 정교하게 손질된 화장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그 미모는 숨이 멎을 만큼 또렷했다. 눈빛은 잔잔히 흔들렸고, 그 안에는 타고난 요염함이 배어 있었다. 노서연이 하예원의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완벽해요. 진짜 최고예요.” 하예원은 거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간을 좁혔다. “너무 눈에 띄는 거 아니야?”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노서연이 직접 만든 작품이었다. 하예원이 오랜 시간 가르치며 감각을 길러준 덕분에, 노서연은 이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하예원이 오늘 최도경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자, 노서연은 밤새 디자인 도면을 그리고 원단을 고르며 이 드레스를 완성했다. 결국 탄생한 건 시선을 압도하는 강렬한 레드였다. “오늘은 대표님 생일이에요. 언니는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이런 날은 화려해야 해요. 그래야 다른 여자들이 넘보지 못하죠. 다들 질려서 다시는 쓸데없는 생각 못 하게요.” 그 말에 하예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 문이 두드려졌다. 문이 열리고, 정제된 수트 차림의 남자가 들어섰다. “최 대표님.” 노서연은 재빨리 인사한 뒤 공손히 자리를 비켰다. 거울 속에서 시선을 마주한 하예원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웬일이야? 직접 오다니.”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그가 들어선 순간부터 시선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벗어나지 않았다. 짙은 눈동자는 깊고 차가워, 마치 먹을 풀어 놓은 듯한 어두운 푸른빛이 감돌았다. 하예원은 드레스의 주름을 정리하며 조용히 물었다. “어때? 이번엔 당신 체면 구기는 일은 없겠지?” 오늘 파티에는 이유 없이 자신을 견제하는 전한별과, 윤희설도 참석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그를 노리는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최도경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뒤에 섰다. 하예원이 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손끝으로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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