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하예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두 사람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자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남자는 절제된 품격을 지녔다. 그들이 함께 선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조명이 은은히 내려앉았다.
멀리서 보면,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차가웠는지. 그래서 지금의 장면은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잔혹했다.
잔잔한 선율이 흐르며, 연회장은 금빛으로 물들었다.
두 사람이 움직이자,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 발을 맞췄다.
“왜 그래?”
최도경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기분이 안 좋아?”
하예원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다.
최도경은 그런 미세한 변화를 단번에 알아챘다.
“아니야.”
하예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춤추는 법을 다 잊은 것 같아서. 당신 체면을 깎아내릴까 봐 두려워.”
최도경의 시선이 짙어졌다.
“그럴 일 없어.”
“뭐가?”
“당신이 아무리 서툴러도 내 체면이 구겨질 일은 없다고. 그리고 감히 당신을 비웃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 순간, 하예원의 심장이 툭 하고 멎는 듯했다.
최도경이 진심이 섞인 목소리를 낼 때마다, 그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억을 잃은 후 어렵게 세운 마음의 벽이 흔들렸다. 그는 단 한 번의 시선으로, 단 한 마디로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이 두려웠다.
“고마워.”
이제는 아무도 자신을 비웃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최도경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 오늘 무슨 일 있어?”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 그녀가 우울할 이유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자신은, 예전엔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자리에 서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최도경의 아내’라는 이름. 이제는 그 모든 걸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어딘가 멀고, 닿지 않는 시선. 그 낯선 거리감이 하예원의 숨을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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