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유시준은 잠시 망설였다.
입술이 한두 번 열렸다 닫히더니, 끝내 말을 삼켰다.
“다만 뭐?”
하예원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던 유시준이 낮게 말했다.
“《은빛 파도》말이야. 그 곡을 제일 잘 쳤던 사람은... 하지연이야.”
“하지연?”
하예원은 그 이름이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유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
“하지연은 네 사촌언니야. 네 큰아버지, 딸이지. 그때만 해도 하씨 가문은 아직 무너지기 전이었어.”
하예원은 하씨 집안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그 집에서 지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이수미와 유시준이 예전에 했던 이야기.
원래 전경훈이 결혼하려던 사람은 하지연이었지만, 나중엔 상대가 자신으로 바뀌었다는 말.
그때 유시준은, 자기가 먼저 전경훈에게 다가갔다고 했다.
그땐 그저 전경훈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 하씨 가문 이야기는 깊이 묻지 않았다. 사실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 잃은 아이가 큰집에서 사는 게 쉽지 않았을 테니까.
하씨 가문이 무너지고, 자신은 재국을 떠났다. 그 뒤로 단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 연락처엔 ‘하씨’ 성 붙은 이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관계가 어떤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연은 어떤 사람이야?”
하예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예원아, 네가 붉은 장미라면, 하지연은 달빛 같은 사람이야. 넌 뜨겁고 화려했고, 하지연은 고요하고 차가웠지. 둘 다 세원시에서 ‘쌍벽’이라 불릴 만큼 유명했어.”
하예원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그동안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이름이었는데, 이제 와서야 조금 궁금해졌다.
유시준이 말을 이었다.
“다만 하지연은 좀 냉정한 편이야. 사람 만나는 걸 피했고, 그래서 인지도는 네가 조금 더 높았지.”
하예원은 명성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하지연이 《은빛 파도》를 제일 잘 쳤다는 게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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