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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최도경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마저 등골이 서늘하게 했다. “그럼 계속 고집부려봐.” 하예원은 최도경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떠나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하예원은 다시 연회 홀로 돌아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노서연을 찾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드레스에 와인을 쏟고 말았다. 서빙하던 직원이 미처 하예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쟁반 위에 있는 와인을 전부 하예원의 드레스에 쏟고 말았다. 직원은 황급히 하예원에게 사과했다. “사, 사모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직원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하예원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하예원은 그런 직원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따로 챙겨둔 드레스가 있거든요.” 하예원은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띵.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엘리베이터에서 우아하게 나왔다. 남자는 담담하게 하예원을 보다가 와인으로 얼룩덜룩 젖어버린 드레스를 보았다.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다가 말았다. 그런 최도경의 시선을 눈치챈 하예원은 살짝 숨을 참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최도경은 그녀의 앞을 막아선 채 입꼬리를 씩 올리고 있었다. “이런, 무슨 일이 있었나? 옷이 왜 그러지?” 하예원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 개자식. 날 볼 때마다 할 짓이 이것밖에 없는 거지? 하루라도 안 비웃으면 몸이 근질거리나 봐? 하필 여기서 이 개자식과 마주치다니.' 하예원은 싸늘하게 말했다. “최도경 씨, 도원 그룹 대표 최도경 씨. 그렇게나 높으신 분이 내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고 있으며 어떡해? 이미지 관리 안 해?” “흠? 내가 내 아내를 걱정하는 게 이미지에 큰 영향이 갈 정도인가?” 최도경은 하예원을 위아래 훑어보며 일부러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그 말은 네가 내 이미지에 영향이 갈 정도로 창피한 사람이라는 건가?” 말을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혀버렸다. 오랫동안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자동으로 닫혀버린 것이다. 하예원은 최도경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화를 참고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였고 안 좋게 끝내고 싶지 않았던 하예원은 참기로 했다. 매번 최도경이 꺼낸 말은 하예원의 정곡을 찔렀고 화만 나게 했다. 말을 섞을 때마다 최도경의 뺨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잘생겼지만 정말 너무도 얄미운 최도경의 얼굴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졌다. 점차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보며 최도경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옆에는 아까 하예원과 부딪혔던 직원이 있었고 직원을 향해 낮고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했어요.” ...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하예원은 거울 속 비친 긴 셔츠와 긴바지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만약의 상황을 위해 원래대로라면 몸에 맞는 드레스 하나 정도는 더 챙겨와야 했다. 드레스룸 안에 있는 옷들은 하예원의 몸에 맞았지만 이상하게도 유행이 지난 옷들만 가득했다. 이상한 디자인도 많았다... 하예원의 머릿속에 순간 최도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안 어울려.' 마침 여름이었던지라 날씨는 더웠고 그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어도 땀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긴바지에 긴 셔츠라니. 이 차림으로 나간다면 연회장은 그렇다 치고 길가로 나가자마자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볼 것이 뻔했다. 오늘은 최성철의 생일이었던지라 연회장에는 수많은 재벌들이 모여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나간다면 분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할 것이었다. 그 순간 하예원은 최도경이 젖어버린 자신의 드레스를 보았을 때 사악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무언가 알아챈 듯 눈이 커졌다. “와, 개자식!” ‘분명 그 개자식이 직원한테 시킨 거야. 내 드레스에 실수인 척 술을 쏟으라고. 그리고 일부러 이런 이상한 옷을 가득 채워 넣고 날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거야!' “비열한 개자식!”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야? 고작 불륜 자매 망신 줬다고 복수하는 거야? 쪼잔한 놈.' 화가 난 하예원은 원래의 드레스로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낸 하예원은 화면에 뜬 노서연의 이름을 보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도움을 청하는 노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살려줘요! 전 지금... 아악!” 노서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하예원의 표정도 굳어졌다. “서연아, 무슨 일인데?! 지금 어디야?!” 그러나 전화는 끊겨버렸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땐 노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하예원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방에서 나와 노서연을 찾으러 다녔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하예원은 어느 한구석 몰려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느 한 방으로 다가가며 비웃고 있었다. “정말이야? 싸움이 그렇게나 격렬했다고?” “그렇다니까. 옆방에 있었는데도 아주 잘 들렸어.” “어머, 오늘 어르신 생신이잖아. 그런데 그런 짓을 했다니 정말 방탕하네...” “그러게.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네...”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하예원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이내 어느 한 방 앞에서 몰려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가니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노서연이 보였다. 노서연은 어느 한 곳을 빤히 보고 있었고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에는 당혹감과 충격으로 가득 담겨 있었다. 하예원은 노서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곳에는 한눈에 봐도 젊은 재벌가 남자가 굳게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었고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붉은 피는 남자의 이마에서 흘러나와 하얀 러그를 붉게 물들였다. 얼른 다가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 하예원은 아직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이내 얼른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불렀고 간단히 응급처치한 후 노서연을 보며 물었다. “서연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노서연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까... 아까 어떤 직원이 절 찾아와서 이 방에 언니가 있다고 했어요.... 절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와보라고 해서 왔는데... 방에는 언니가 아니라 낯선 남자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 몸에 막 더듬고... 그래서, 그래서 저항했는데... 힘 조절 실패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노서연이 하예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핸드폰은 남자에게 빼앗겨 망가지고 말았다. 살아생전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던지라 너무 다급한 나머지 스탠드를 들어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노서연의 설명을 들은 하예원은 바로 누군가의 계략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노서연은 처음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었던지라 미움을 살 사람이 없었다... 하예원의 눈빛이 순간 서늘하게 빛났다. 누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개를 확 들어 문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속에서 빠르게 윤수아를 찾아냈다. “너구나?” 윤수아는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움찔했다.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왔다. 귀티가 흐르는 우아한 중년의 여자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젊은 남자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달려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 아들! 눈 좀 떠봐! 대체 무슨 일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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