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하예원도 윤희설도 이런 남자를 사랑한 순간부터 원하는 결말을 얻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도경은 한때 윤희설과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하예원의 개입 및 파괴와 윤희설의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없는 일 때문에 감정이 서서히 식었다.
최도경의 본성은 차갑고 무정하기 그지없었다.
하예원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네가 이젠 윤희설이랑 결혼할 마음이 없다는 건 잘 알겠어. 근데 왜 내가 기억 잃기 전까지 계속 이혼을 고집했던 거야?”
최도경의 검은 눈동자는 빛 한 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먹물처럼 까맣고 그윽했고 표정도 어느새 차갑게 식어 있었다.
“왜냐고?”
최도경의 목소리에는 짙은 조롱이 섞여 있었고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 자신한테 물어봐야지.”
“난 아무런 기억도 안 나.”
최도경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하예원을 빤히 바라봤다.
무슨 생각이 스친 건지 최도경의 평온하던 잘생긴 얼굴이 어느새 얼음처럼 싸늘하게 굳어 버렸고 눈빛 속에는 묘하게 혐오의 기색까지 서렸다.
“기억이 없다고 해서 그 일들이 없었던 게 되는 건 아니야.”
최도경의 말투는 점점 더 서늘해졌다.
“이혼할지 말지는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최도경의 싸늘한 시선은 날 선 칼날처럼 하예원을 관통했다.
“최도경 부인이라는 신분을 넌 꽤 잘 써먹었어. 널 괴롭히던 사람을 혼뜨검 내주고 권세 높은 사람들조차 고개 숙이게 했잖아.”
최도경의 입꼬리가 계속 차갑게 움직였다.
“네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병원에서 편히 요양하고 있을 것 같아?”
하예원은 최도경의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자기가 최도경 부인이 아니라 그냥 하예원이었다면 공정한 처벌은커녕 그날 분노한 한강훈에게 끌려가 어떤 끔찍한 보복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이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하예원은 그 신분을 빼면 단지 먼지 같은 존재였다.
...
최도경은 최고의 의료팀을 불러 하예원의 치료를 맡겼고 그 덕에 하예원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상처는 이미 딱지가 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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