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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하예원은 최도경의 의도를 눈치채고 조용히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고진형이 미소를 지으며 하예원에게 인사했다. “사모님, 안심하세요. 경찰서 쪽에는 이미 변호사를 보냈습니다. 심가영이 개를 일부러 방치해 사람을 다치게 한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곧이어 최도경도 하예원의 옆자리에 앉았다. 차 문이 닫히고 고진형이 조용히 발동을 켜고 차를 운전했다. 참다못한 하예원이 조용히 물었다. “이번 일은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고진형이 웃으며 설명했다. “최도경 씨의 비즈니스 파트너 한 분이 마침 여운 산장에서 거주 중이셨는데 경찰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보셨죠. 그분이 사모님을 알아보고 최도경 씨에게 바로 연락드렸습니다.” 그 사건을 전해 들은 최도경은 즉시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게 했고 여기로 오기 전에는 이미 모든 정황을 파악한 상태였다. 하예원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최도경을 바라봤다. 최도경의 몸에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기에 하예원이 무언가 말하려다가도 그 짙게 가라앉은 분위기 탓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차는 이내 저택 앞에 도착했다. 최도경은 먼저 차에서 내려 하예원 쪽의 문을 열어줬다. 최도경이 직접 문을 연 이유가 자기 다친 손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하예원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최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최도경은 하예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최도경은 무척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지금 시간이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최도경이 일을 다 제쳐두고 하예원을 데리러 온 걸 생각하면 괜히 폐만 끼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생각에 하예원의 마음속에 또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번져갔다. 밤이 되어도 최도경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지 않았다. 임 아주머니가 식사를 서재로 가져다주었고 최도경은 밤새 방으로 돌아오지 않고 서재에서 일만 했다.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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