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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하예원, 따라와.” 하예원은 노서연을 다른 방으로 안내한 뒤 말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올게.” 하예원이 떠나려던 때 노서연은 팔을 잡았다. “언니, 미안해요.” 노서연은 멍청하지 않았다. 자신이 재벌 집 아들을 때렸으니 설령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임해성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자신의 탓으로 돌릴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원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머금은 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서연을 보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이 일은 네 잘못이 아니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몇 마디로 더 달래준 뒤 하예원은 최도경을 따라 나갔다. ... 다른 방으로 온 하예원은 상황을 전부 최도경에게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노서연이 아니야. 애초에 이 일은 윤수아가 계획한 일이니까.” 남자의 차가운 시선이 하예원의 얼굴에 닿았다. “그러니까 임해성을 다치게 한 사람이 사실은 윤수아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만약 윤수아가 그런 짓을 꾸미지 않았다면 노서연도 자기방어를 위해 임해성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야.” 최도경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왜 윤수아가 계획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거지?” 최도경의 말에 하예원은 불편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그렇게 빨리 몰려들 수 있었던 이유가 뭐겠어. 거의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었다는 건 누군가 일부러 노서연을 그 방으로 유인했다는 거야. 노서연은 이런 연회에 오는 게 처음이었어. 그런 애가 다른 사람의 미움을 샀다니 말도 안 되잖아. 여기 오자마자 윤수아와 말다툼이 있었던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마침 윤수아가 사람들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어...” 하예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최도경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그러니까 전부 네 추측이라는 거잖아. 맞아?” 하예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앞에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아니면... 그 여자를 감싸주고 싶은 거야?” 무언가 떠오른 듯 하예원은 이미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은 호수처럼 담담했고 아무런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최도경,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윤희설 하나 때문이라면 이해할게. 그런데 윤희설도 아니고 멍청하고 악랄한 윤수아까지 감싸준다고? 대체 왜? 아, 설마 윤수아가 네 어장 속 물고기였나? 오늘 이런 수단으로 노서연을 상대했다는 건 앞으로도 더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다음은 누가 될지 몰라. 그래도 윤수아는 좋겠네. 이런 ‘형부'가 있어서 아주 든든하겠어.” 비꼬는 말을 최도경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눈빛이 싸늘해지며 목소리에서도 한기가 느껴졌다. “하예원, 지금 날 화나게 해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다는 거 알고 있을 텐데.” 하예원은 칠흑 같은 눈동자로 최도경을 빤히 보았다. “그럼 만약 내가 자극하지 않으면 누가 한 짓인지 조사해 줄 거야? 진짜 범인을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냐고.” 최도경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법대로 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해.” 하예원은 최도경의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한기에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그제야 최도경이 윤수아가 자신을 수영장으로 밀었을 때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런데 이번이라고 다를 리가 없지 않겠는가. 설령 그녀가 증거를 찾으러 다닌다고 해도 최도경은 아마 그녀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없애버릴 것이 분명했다. 분위기는 점차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때 밖에서 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하예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직원이 난처한 안색으로 두 사람을 향해 보고했다. “하예원 씨, 노서연 씨가 상해죄로 방금 연행되었습니다.” 하예원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침 최성철의 옆에 붙어 있던 집사가 다가왔다.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최성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집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도련님, 사모님, 어르신께서 부르십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최성철의 방으로 갔다. 최성철은 하예원을 보자마자 감추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지팡이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하예원, 예전에 벌인 일로 부족했니? 허, 이번에는 임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정녕 우리 최씨 가문이 망해야 속이 시원하겠어?!” 하예원은 얼른 나서서 해명했다. “할아버지, 이 일은 할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최성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예원, 우리 가문이 대체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니! 넌... 쿨럭쿨럭.” 어쩌면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했던 것인지 최성철은 갑자기 기침해대기 시작했다. 하예원은 얼른 다가가 진정시켜주려고 했지만 최성철은 독사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최성철의 방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이미 늦은 밤이었다. 어둠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하예원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어질거려 자신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그저 자신을 보던 최성철의 눈빛만 떠올랐다. 그 눈빛은 전혀 일반적인 눈빛이 아니었다. 꼭... 원수를 보듯 한 눈빛이었다. “할아버지가 방금 하신 말씀이 무슨 의미인 거지?” 하예원의 목소리는 고요한 밤에 크게 울려 퍼졌다. 최도경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어떤 말씀?” 하예원은 고개를 들어 최도경을 보았다. “내가... 예전에 하씨 가문에 엄청 큰 피해를 준 적 있어?” 이 말을 들은 최도경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 “하예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왜 네 곁에는 비서 한 명만 붙어 있는지, 왜 입원했는데도 가족이나 친구가 보러 오지도 않았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하예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왜?” 최도경은 시선을 내리깐 채 싸늘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너 때문이잖아. 예전의 너는 최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신분을 믿고 멋대로 살았지. 사람들의 눈엣가시였어. 그런데 네가 최씨 가문의 며느리라 네 패악질에도 사람들은 가만히 참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어. 날이 갈수록 널 증오하는 사람은 늘어갔고 네 곁에 남아 있던 친구들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봐 일찌감치 너와 연락을 끊어버렸어. 이 세상에서 널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무도 너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아.” 뭐가 떠올랐는지 최도경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내 하예원을 보는 눈빛이 음험하게 빛났고 증오로 가득했다. “하예원, 네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인과응보야.” 말을 마친 최도경은 차갑게 돌아섰다. 하예원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돌부처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심장을 움켜쥐듯 아프기도 했다. 자신이 이렇게나 밉상일 사람일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 다음 날이 되자 하예원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있는 노서연을 찾아갔다. 합의할 생각이었지만 경찰 측에서는 뜻밖에 대답이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노서연 씨 상황은 특수해서 합의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하예원은 바로 다급하게 말했다. “특수하다니요? 서연이는 정당방위잖아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상대는 말을 잘랐다. “현재로서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정당방위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하예원 씨는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하예원은 이 일로 노서연이 임씨 가문에게 찍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씨 가문에서 합의해주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었다. 결국 숨을 크게 들이쉰 하예원은 핸드폰을 꺼내 최도경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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