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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서은수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종일 목걸이를 찾았다. 마침내 목걸이를 찾아냈을 때, 억누르고 있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목걸이 안에 있던 할머니의 머리카락과 유골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머릿속이 윙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서은수는 목걸이를 움켜쥐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정문에 도착했을 때, 마침 퇴원하는 강승아와 마주쳤다. 강승아는 코를 막고 오버스러운 표정으로 물러서며 그녀를 혐오스럽게 쳐다보았다. “이건 또 무슨 쓰레기 더미에서 굴러온 거지.” 서은수는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내 펜던트 안에 있던 건 어디 있어?” 강승아는 서은수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쳐다보더니 픽 웃었다. “안에 있던 더러운 거 말이야? 진작에 변기 물에 내렸지.” “야, 강승아!” 서은수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머릿속이 윙윙 울리고 핏발 선 눈에는 증오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맹렬하게 달려들어 강승아의 옷깃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뺨을 갈겼다. 강승아는 얼굴을 감싸며 연거푸 뒤로 물러서다가 구도운의 품에 안겼다. 서은수는 고개를 들고 구도운의 살기를 띤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 “은수야, 넌 진짜 안 되겠다.” 서은수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승아가 우리 할머니 유골을 변기 물에 내렸어...” “그만!” 그의 눈빛이 점점 더 혐오로 물들었다. “승아 해치려고 이제 하다 하다 네 유일한 할머니까지 저주할 셈이야?” “서은수, 진짜 역겹다 너.” 바로 다음 순간, 구도운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붙잡아 뒤로 밀쳐냈다. 빵빵. 굉음과 함께 달려오던 택시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를 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택시에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서은수는 꽃밭으로 나가떨어졌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짙은 피가 입가로 흘러내렸다. 무의식중에 구도운을 바라봤는데 그의 눈빛은 오직 강승아만을 향해 있었고 그녀를 안쓰럽게 감싸 안은 채 구도영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서은수를 돌아보지 않았다. 서은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이틀을 보냈다. 강승아의 SNS를 통해 구도운이 옆을 꼭 지키며 연일 각종 연회와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곧 결혼식인데 그는 더 이상 가면을 쓸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서은수 또한 결혼식 당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결혼식 전날 오후, 구도운이 그녀를 데리러 병원에 왔다. 그는 서은수가 가장 좋아하는 초롱꽃을 사 들고 왔다. “며칠 전 일은 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군 것 같아. 사과하는 의미로 가져왔으니 얼른 받아. 하지만 네 잘못도 있어. 더 이상 승아 괴롭히지는 말아줘. 내일이면 우리 결혼식이네? 너한테 서프라이즈 하나 준비했어.” 서은수는 잠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웃었다. 그녀는 구도운의 손에 들린 꽃을 받아들었다. “잘됐네. 나도 마침 서프라이즈 준비했는데.” 구도운은 아주 잠깐 움찔했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표정을 감췄다.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소리에 구도운은 갑자기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휴대폰을 들어 강승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고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구도운은 급정거를 하고 차를 길가에 세웠다. 이어서 차 안에 있던 우산을 꺼내 서은수에게 건넸다. “나 볼일 있으니까 알아서 택시 타고 들어가.” 말을 마친 구도운은 서은수의 안전벨트를 풀어주며 몸을 숙여 그녀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서은수는 우산을 받지 않았다. 그저 그를 깊이 응시하더니 뒤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차 문을 닫았다. 구도운은 잠시 멈칫했다. 손에 들린 우산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차 문을 다시 열고 서은수에게 우산을 건네주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강승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가 울먹이는 조로 말했다. “도운아, 나 너무 무서워... 빨리 와줘.” 구도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거두고 재빨리 차를 출발시켰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서은수, 그때 그녀는 자신이 구도운이 선물한 초롱꽃을 그대로 들고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멀어져가는 차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꽃다발을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고 택시를 불렀다. 별장에 돌아오자마자 구도운한테서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결혼식 전날 밤은 서로 얼굴 보면 안 된다고 하니 오늘은 집에 안 갈게.] 서은수는 답장하지 않았다. 아마 비를 맞았던 탓인지 밤이 되자 온몸에 열이 났다. 그녀는 몽롱한 잠 속에서 계속 악몽을 꾸었다. 한편으로는 강승아가 사람들을 데리고 와 그녀를 무참히 짓밟고 조롱하는 장면, 다른 한편으로는 구도운이 그녀를 다정하게 달래주고 요리도 해주며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의 첫날 밤, 그리고 그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던 뜨거운 순간들까지...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에는 오직 차가운 한기만 감돌았다. 결혼식 당일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동이 트기도 전에 서은수는 캐리어를 들고 묘지로 향했다. 묘지에서 나온 후, 그녀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서 출장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 서은수는 단톡방을 열어 사람들에게 결혼식 당일의 세부 사항과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어서 그녀는 즐겨찾기 해둔 라이브 방송 채널을 찾았다. 화면을 켜자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 인플루언서가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희는 한 신부님의 초청으로 결혼식에 참석하여 현장을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서은수는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녀의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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