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나는 깜짝 놀라서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면 이 판에 건 돈이 그녀의 전 재산일 것이다.
나는 여위고 초라해진 강소희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서 여러 대출 회사에 문자를 돌렸다.
한 시간이 흘렀지만 고작 2억밖에 빌리지 못했다.
“고작 2억이라고?”
유진혁이 술잔을 내려놓고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다.
“우리 하영이 쇼핑하려면 그걸로 부족하단 말이야.”
진하영은 미소를 지으면서 강소희를 훑어보았다.
“소희 언니, 그만하라고 했잖아요. 내가 좀 착해서 이번만큼은 봐주려고 했단 말이에요.”
유진혁이 칩을 책상 중간으로 밀면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나도 같은 금액으로 베팅할게. 그리고 추가로 이만큼 더 베팅할 거야.”
강소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무래도 베팅할 돈이 없는 것 같으니 도와줄게.”
이태민이 리모컨을 누르자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AI로 포르노 영상의 여자 얼굴을 강소희의 얼굴로 바꿔서 제작한 것이다.
마치 강소희가 야릇한 소리를 내면서 과감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만 같았다.
“바로 느낌이 오네. 다시 보니 정말 내 취향이야.”
“재벌가 아가씨랑 하룻밤만 자면 소원이 없겠어.”
“40억에 저 영상을 사겠어.”
강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유진혁과 이태민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진하영에게 외투를 걸쳐주면서 부드럽게 달래주고 있었다.
강소희가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당장 영상을 끄지 못해? 빨리 꺼버리란 말이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한 직원이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물었다.
“강소희 씨, 이 영상의 판권을 판매할 건가요? 판매한 돈을 베팅할 수 있어요. 제한 시간 내에 베팅하지 않으면 강소희 씨가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할 거예요.”
강소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목 놓아 울었다.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들은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나운 짐승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강소희가 영상을 팔겠다고 하면 너도나도 사려고 할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덜덜 떨면서 옷 주머니에서 먼지가 가득 묻은 돌멩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직원한테 넘기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걸로 칩을 바꿀게요.”
지켜보던 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진하영은 깔깔 웃어대면서 손가락질했다.
“소희 언니, 정말 정신이 나간 건가요? 돌멩이로 칩을 어떻게 바꾼다는 거죠?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봐요.”
3분 후, 돌멩이를 들고 간 직원이 100억 원어치의 칩을 들고 와서 책상에 올려놓았다.
“강소희 씨, 모두 100억이에요.”
그러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진하영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서 보기 흉했다.
“이딴 게 100억이라고요?”
유진혁이 벌떡 일어나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나랑 장난해?”
이태민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당장 감별사를 데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