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장 도용하다

배윤성이 프로젝트를 책임지자 진행이 많이 빨라졌다. 그와 배지훈이 아주 배합이 잘 되었기에 배진호의 팀은 바로 배제되었다. 우리 팀에도 여섯 일곱 명이 있었는데 모두 어리긴 했지만, 어리기에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있었다. 나는 배성 그룹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이번 프로젝트에 달렸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모든 디테일을 잘 처리하려고 했다. 장이서의 특허도 사용했고 심지어는 신승윤의 연구 방향도 빌려 사용했다. 배지훈도 몸이 많이 좋아졌고, 가끔 카톡으로 나한테 치료 진도에 관해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상태가 좋아졌다고 내가 이혼하겠다고 생각할까 봐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사실 몇 번이고 말을 꺼내긴 했지만 결국 배지훈이 나를 한 번 차단한 후로 나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아주 중요했기에 나도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싫었다. 어렵게 디자인을 완성했고 배성 그룹 회의에서 우리 디자인이 심사를 통과했다. 배윤성이 흥분에 차서 말했다. "형수, 역시 형수, 정말 대단해요!" 구연서도 맞장구를 쳤다. "하연아, 너희 팀 정말 아이디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아니면 나도 퇴사하고 너한테 갈까? 우리가 마음을 합치면 더 좋을 거잖아." 디자인팀의 다른 사람들도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배성 그룹의 디자인팀을 모두 데려가면 나만 욕보이는 거였다. 하지만 배진호는 내 디자인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딴 디자인을 배성 그룹 디자인팀에서도 할 수 있어." "강하연이랑 협력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 돈이 너무 많아서 이러는 건가?" 배윤성은 난감해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이미 배성 그룹에 디자인을 넘겼어, 그딴 말 하는 건, 설마 내 디자인 도용하겠다는 건가?" "배성 그룹에서 전에도 그랬잖아, 처음도 아니잖아." "정말 도용하면, 내가 나중에 같이 수사하는 게 더 쉽겠네?" 그는 일어서 나를 가리키며 "너너너" 라고 하더니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때 그 두 사람이 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