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0화
지난번 본가로 찾아왔다가 고가령에게 욕을 먹고 쫓겨난 뒤, 서씨 어르신은 한동안 딸을 만나지 못했다.
오랜만에 보는 딸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
서진희는 여전히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서씨 어르신은 오히려 서진희를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담담하게 대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서준명이 분노를 터뜨렸다.
“할아버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지금 저 사람들이랑 같이 세희가 망신당하는 걸 보려고 여기 오신 거예요?”
서씨 어르신은 흠칫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누굴 망신 줘?”
서준명은 더 이상 할아버지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고가령과 그녀의 딸 고소정을 노려보았다.
“고모, 그 동안 두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 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내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도 당신들을 가족처럼 대해줬죠. 하지만 고모, 그럴수록 할아버지를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내 옆에 계신 분은 할아버지 핏줄이라고요!”
서준명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고가령을 쏘아보았다.
정말 짜증나는 사람이었다.
고가령은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서준명에게 말했다.
“준명이 너 뭔가 오해했구나? 우린 오늘 손님으로 여기 왔어. 게다가 여기 주인인 부성웅 씨가 네 할아버지를 초대했고 나는 그냥 네 할아버지 따라온 거야. 저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몰라.”
서준명이 말이 없자 고가령은 계속해서 말했다.
“준명아, 나도 내가 너희 집에 손님으로 온 거 알아. 그래서 평소에 얌전히 지냈잖아. 사실 오늘도 준명이 너한테 운전을 부탁하려다가 네가 많이 바빠 보여서 우리끼리 온 거야. 난 네 걱정을 많이 한다고.”
“네가 일하느라 많이 바쁘고 피곤한 거 아니까 경호원들이랑 같이 온 거야.”
순간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서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
서씨 어르신은 손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난 늙었다. 요즘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려. 너희가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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