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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2화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예전에 큰 사고를 당하신 적 있나요?” “다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재활치료를 잘해서 지금은 다 나았어요.” “그렇군요. 그때 다리를 다쳤을 때 아무래도….” 의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서시언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다리를 다치면서 그게 성적인 능력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기검진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 번도 비뇨기과를 방문하지 않았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그가 암울한 얼굴로 물었다. “치료는 되는 건가요?” 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자 수량으로 보면 서시언 씨는 불임 확정입니다.” 서시언은 저도 모르게 최가희의 눈치를 살폈다. 최가희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가희야, 미안해.” 의사가 나간 뒤, 서시언은 가장 먼저 그녀에게 사과했다. 어차피 환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건 의사 소관이 아니었다. 최가희는 한발씩 뒷걸음치더니 차갑게 서시언을 쏘아보며 말했다. “왜 오빠가 그렇게 혼전순결을 고집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동거하자고 눈치를 줬는데도 거절했던 이유가!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생식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남자야? 왜 나를 속였어?” “사기꾼! 이 사기꾼아! 날 가지고 놀면서 재미 있었어? 이게 당신들 재벌의 민낯이야?” “설마 과거에 너무 문란한 생활을 하다 보니 그쪽으로 기능이 저하된 거야?” 서시언이 과거에 엄청난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은 성유미한테 들은 내용이었다. 그때 성유미에게 그 내용을 들었을 때, 최가희는 그냥 성유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살인이 중범죄라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차사고를 당해 죽으라고 저주한 적도 있었다. 며칠 전 성유미가 동영신에게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을 때 그 여자가 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유미가 했던 말 중에 이것 하나는 사실이었다. 바람둥이 서시언이 사실은 남자로서 능력을 상실한 것! 최가희는 서시언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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