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7화
“그렇구나….”
고윤희는 고개를 들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세희 씨, 지인들 만나는데 저까지 껴서 불편하지 않겠어요?”
“불편할 게 뭐가 있나요? 한 명은 민정아 씨라고 어차피 구씨 가문이랑 혼약이 있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이참에 얼굴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죠. 또 한 명은 제 직장 동료예요. 언니도 만나보면 좋아하게 될 거예요.”
신세희의 예상이 맞았다. 고윤희는 생기발랄한 엄선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엄선희와 같이 나온 민정아는 비교적 쑥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고윤희가 작은 소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
“이 아가씨도 꽤 성격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정아 씨요?”
신세희는 민정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친한 사람들한테만 본 모습을 보여줘요.”
그 말을 들은 고윤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기….”
민정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여기 오기 전에 서준 씨한테 말씀 들었어요. 숙모님이라면서요…. 그럼 저도 숙모님이라고 부를게요. 만나서 반가워요.”
고윤희도 대범하게 인사를 받았다.
“정아 씨 맞지? 사람이 왜 이렇게 착해.”
고윤희는 저도 모르게 민정아가 걱정되었다.
구경민의 조카인 구서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구서준이 어떻게 이렇게 순수하고 착하기만 한 여자를 마음에 두었는지는 모르나, 외모로만 보면 둘은 무척 잘 어울렸다.
눈앞의 이 순진한 아가씨도 구서준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구씨 가문은 보통 가문이 아니었다.
워낙 수도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대기업 가문이었고 내부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많았다. 고윤희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구씨 가문 모두의 세력을 합쳐도 구경민 한 명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남은 사람들은 서로 은연중에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착하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민정아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고윤희의 칭찬에 민정아의 얼굴이 수줍음으로 물들었다.
“사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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