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앉아서 신발 벗어
여진우의 다리가 하도 길어 문지원은 그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더군다나 발도 까져있어서 휘청이기까지 했는데 그 모습을 발견한 여진우가 물었다.
“발은 왜 그래?”
“별거 아니에요. 뭐 할 말 있으세요?”
“응. 일 얘기야.”
일 얘기라는 말에 안도한 문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서재로 들어온 여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보내더니 이내 서랍에서 서류들을 꺼내어 문지원에게 건네주었다.
서류 더미를 펼쳐보던 문지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아저씨 설마 대정 그룹 인수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응.”
“지금 대정 그룹을 원하는 곳이 많아서 인수하려면 자금이 꽤 필요할 거예요.”
사실 문지원은 세명 그룹에 있을 때부터 대정 그룹을 눈여겨 봐왔었지만 세명은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곳이라서 대정 인수에는 끼어들 수조차 없었다.
어찌저찌 그곳에 들어간다 해도 번호판 한번 못 들어보고 나올 게 뻔해서 포기했었는데 여진우도 역시나 대정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정 인수할 거야.”
“지금 여원 그룹 자금 상황은 어떤데요?”
“뒤에 재무보고서 첨부했어.”
여진우의 반응에 돈이 넉넉하다는 것 정도는 짐작했지만 문지원은 재무보고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 십, 백, 천, 만... 십억, 백억, 천억, 조...
수를 세어보던 문지원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아저씨, 이 돈 어디서 난 건지 물어도 돼요?”
“그건 알 필요 없잖아.”
“아니요, 제가 알아야 해요. 이 돈으로 거래를 시작하게 되면 은행에서도 출처에 대해 물을 거예요. 이 돈 쓰기 전에 조사받을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요.”
기업 간의 자금 유동에 관한 조항들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지금, 아무런 대처도 없이 이 천문학적인 수의 돈을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여원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는 부족해. 인수 못 할 수도 있어.”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되죠. 다른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든가 아니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든가 방법은 더 있어요. 그건 다 합법적인 거잖아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