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어울리지 않는 우리

“여 대표님.” 방금 그에 대해 몰래 험담을 했는데, 당사자가 나타나자 유서연은 약간 불안해했다. 속으로는 그가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키가 큰 여진우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눌려 유서연은 감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의 표정을 살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지 그의 낮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문소정 씨, 내 사무실로 와.” 그는 말을 마치고 뒤돌아섰다. 유서연은 문지원에게 미안한 시선을 보냈다. “미안해...” 문지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괜찮아.” ... “레드플래닛이 주식 양도에 동의했어. 내일 주식 양도하러 같이 가도록 해.” 문지원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동의했다고요?” 봉만덕이 죽었는데 그의 가족들이 쉽게 동의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봉만덕은 아내와 딸밖에 없어서 주식을 상속받아도 소용없거든.” 여진우는 가볍게 말했지만 문지원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은근히 물었다. “자발적인 건가요, 아니면...” “소정아.” 여진우는 펜을 놓고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발적인지 아닌지는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문지원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네 할 일이나 잘해.” “알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건 회사 업무뿐만이 아니야.” 그녀는 당황하며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진우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속눈썹을 내리깔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가 아무 말도 없었기에 문지원은 감히 캐묻지도, 자리를 뜨지도 못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 여진우는 서류를 다 읽고 서명한 후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는 내 기획팀장 말고 또 뭐지?” 문지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양녀입니다.” 여진우는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그가 듣고 싶었던 답은 아니었다. “나는 너처럼 큰딸을 둔 적이 없어.” “...” “너랑 나랑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네가 내 양녀라고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소정아, 딴청 피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