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퀸카 등장
문지원은 잠깐 얼어 있다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여진우의 얼굴이 굳으며 짙은 눈매에 날카로운 기색이 어렸다.
문지원은 급히 해명했다.
“아저씨, 오해하지 마세요. 애초에 무영 씨한테 옷 같은 거 사준 적이 없어요.”
사실 심무영과는 사적으로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일 때문에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였다.
요즘은 프로젝트 일정에 쫓겨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다.
본인 옷을 사려고 쇼핑했던 게 언제였던지도 가물가물했다.
‘나도 예쁜 옷 한 벌 산 지가 언젠데, 무영 씨 옷을 챙길 여유가 어디 있겠어.’
여진우의 표정이 그제야 살짝 풀렸고 문지원도 겨우 한숨을 돌렸다.
“뭘 사든 상관없어. 네가 알아서 골라.”
문지원은 잠시 멍해졌다.
‘뭐야? 내 안목을 테스트하려는 건가? 괜히 물어봤다니까.’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무난한 디자인의 외투 하나와 검은 슬랙스를 골랐다.
이왕이면 진중하고 여진우와도 잘 어울릴 만한 거로 고른 뒤 계산대 앞에 섰다. 카드를 꺼내려던 찰나, 직원이 먼저 말했다.
“결제 이미 끝났습니다.”
문지원은 놀란 얼굴로 카드 단말기를 쳐다봤다. 화면에는 결제 완료 표시가 떠 있었다.
순간 황당함과 어이없음이 한꺼번에 밀려온 문지원은 곧바로 여진우를 바라봤다.
‘아니, 그렇게 꼭 오늘 당장 옷을 사달라고 하더니, 정작 계산은 본인이 해?’
여진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쇼핑백을 받아들였다.
문지원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정말, 아저씨 옆에 있으면 늘 조마조마해. 언제 화를 낼지, 언제 또 기분이 좋아질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으니까. 옷 고르라고 해놓고서는 결제는 또 본인이 다 해놓고...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 관계는 언제나 그랬다.
여진우와 함께하는 동안 마음 편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문지원은 쇼핑백을 들고 괜히 마음만 더 무거워진 채 여진우 옆에 섰다.
...
세명 그룹에 다닐 때만 해도, 문지원의 하루는 온통 회사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게 전부였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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