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강요하고 싶지 않아

이건 협박도 아니었고 억지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도 아니었다. 여진우는 몰래 무언가를 꾸미거나 일부러 피임을 실패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문지원이 스스로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선택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너는 그냥 아이만 낳아주면 돼. 그 뒤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여진우에게 아이를 키우는 건 사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지원은 다시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데려가시겠다는 거예요?” “그래.” 여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건 못 하겠어요.” 문지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진우가 미간을 약간 좁히며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가 될 준비도 안 됐고 자신도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냥 아이만 낳아주기만 해도 된다고 했던 건데, 그조차 싫었던 걸까?’ 문지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떨어지지 못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그 아이를 쉽게 버리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아직 아이를 품어본 적은 없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니까... 어떤 엄마가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곁에서 떠나보내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여진우가 말했다. 너한테서 아이를 떼어놓으려는 게 아니라, 키우는 거에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문지원은 단호했다. “그래도 안 돼요. 만약 3년 뒤,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요? 그때 가서 아저씨가 아이를 쉽게 내주실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요.” 사실 문지원이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여진우는 애초에 ‘3년’이라는 시간을 기억도 못 했을 것이었다. 여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네 아버지를 살릴 생각이 없다는 거네?” “...” 여진우는 아쉬운 것 없다는 듯 의자를 뒤로 돌리며 말했다. “알아서 해. 옛말에도 있잖아. 억지로 맺은 인연은 오래 못 간다고. 난 강요하고 싶지 않아.” 문지원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억지로 맺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