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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어

엄밀히 말하면 문소정은 나이만 먹었지 마음은 여전히 어렸다. 사랑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였다. 여진우는 문소정이 이렇게 된 게 다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여원 그룹 일에 파묻혀 문소정을 제대로 돌봐줄 시간이 없었으니, 그냥 내버려둔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특히 남녀 사이의 감정 같은 건 애초에 그녀의 세상에 없는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문지원을 바라보던 지금 여진우는 문득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크게 다쳐 국내에 머물며 하루하루 문소정이 곁에서 아른거리는 걸 보지 못했다면, 그 역시 사랑이 뭔지, 마음이 움직인다는 게 뭔지 영영 몰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서였을까, 문지원을 품에 안은 그 해,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이네.’ 그때 문지원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자유요.” 여진우가 코웃음 지으며 물었다. “넌 지금도 충분히 자유로운 거 아니야?” 문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여진우가 다시 물었다. “설마 네가 말하는 자유라는 게... 다른 남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건 아니지?” 말은 장난스럽게 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위압감은 가볍지 않았다. 여진우라는 사람은 말 한마디나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괜히 그의 말 속에 숨은 뜻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문지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문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럼 네가 원하는 자유는 뭐야?” “...” “여기 사는 게 싫으면 새집을 사줄 수도 있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사실 문지원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여진우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자기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대화하다 보니, 왜 굳이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는지 스스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아마 아저씨 옆에 있으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떠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아니면 아저씨를 볼 때마다 아빠가 도망치던 날, 엄마가 뛰어내렸던 순간, 그 트라우마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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