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배유현이 막 문을 나서려던 순간, 멀지 않은 거리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 남자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또렷하게 들려왔다.
“너희 옆 반 그 뚱뚱한 여자애 기억나? 방금 알았는데 내 사촌 형이 걔 언니랑 결혼했대. 세상 참 좁지 않냐?”
“누구?”
공을 치던 남자가 미처 반응하지 못하자 다른 남자가 옆에서 말을 이었다.
“성다희라는 여자애가 있었잖아. 너무 뚱뚱해서 체육 시간마다 달리면 가슴이 출렁이던 애.”
“맞아, 맞아. 기억나.”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몇몇 남자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마. 그 여자애 가슴은 진짜 컸잖아. 그때 우리 두 반이 체육 같이 했었지? 항상 맨 뒤에서 달리던 애. 피부는 하얬는데 얼굴은 잘 기억 안 나네.”
“오지욱도 그 여자애랑 학교 밖에서 약속 잡은 적 있었잖아. 걔 취향이 좀 거친가 봐.”
“걔 언니가 네 형이랑 결혼한 것도 인연인데. 연우아, 너 아직 솔로잖아? 이참에 너도 한 번 시도해 봐.”
“됐거든. 그렇게 뚱뚱한 애는 좀... 근데 뭐, 안 될 것도 없지.”
그들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약속이나 한 듯 경박함과 불순함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서로를 힐끗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배유현의 손에 든 술잔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살기가 서린 눈빛으로 당구대 쪽으로 걸어갔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시끌벅적하던 룸 안의 분위기는 기묘하고 섬뜩하게 바뀌었다.
이어 몇몇 여자들의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카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명성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는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진정수와 함께 급히 달려갔다.
배유현은 온몸에 서린 분노를 폭발시키듯 한 남자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고 무릎을 굽혀 상대의 복부를 향해 강하게 걷어찼다.
상대는 체격도 크고 키도 비슷했지만 그 앞에서는 힘없이 맞기만 했다.
그는 배를 움켜쥐며 비틀거리다 결국 주저앉더니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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