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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다음날. 윤채원은 딸에게 애니메이션을 틀어준 후 진정숙을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 진정숙이 검사실로 들어간 뒤 윤채원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배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고개를 홱 돌려보니 거기에는 배유현이 아닌 다른 의사가 서 있었다. 윤채원은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천천히 안도하며 긴장을 풀었다. 윤채원은 이제 배유현이라면 거의 반사적으로 몸이 굳었다. ‘여기는 흉부외과도 아니잖아. 그리고 배씨 성을 가진 의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안도한 지 얼마 안 돼 간호사들이 이번에는 정확히 배유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떠들어댔다. “배유현 선생님 오늘 출근 안 했어? 아까 흉부외과 가보니까 없던데.” “아직도 포기 안 했어? 배 선생님 여자 친구 있어. 도시락 가져다주러 온 걸 오 선생님이 봤대.” “뭐? 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 진정숙의 검진 결과는 3일 후인 오늘 나왔고 윤채원은 진정숙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진정숙의 검진 결과를 훑어보더니 일단은 병원에서 며칠 입원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윤채원은 반차를 쓰고 진정숙의 입원 절차를 밟았다. “굳이 입원까지 할 필요 있었어? 의사 선생님도 큰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했잖아.” 진정숙이 물었다. “큰 문제가 아닐 때 제대로 몸조리하셔야죠. 안 그래요?” 윤채원은 건강에 관해서는 타협할 생각이 없었기에 의사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라고 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진정숙을 챙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윤채원이 진정숙의 윗집으로 이사 왔을 때 첫 두 달은 월세를 꼬박꼬박 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근처 시세보다는 저렴하게 내놨다고 해도 매달 나가는 돈이었기에 진정숙은 결국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 방은 너 아니면 들어올 사람도 없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냥 공짜로 살아. 딱 한 번이기는 해도 너한테서 어머님 소리까지 들었는데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아.” 공짜로 살게 해준 것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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