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화
윤채원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낮고도 조급한 그의 목소리에 순간 멍해졌다. 그 목소리는 마치 휴대폰을 뚫고 나와 그녀의 귓가를 짓누르듯 밀려들었다.
“배숙 샀어. 근데 뒤쪽에 수공예 소품 파는 가게들이 많더라. 잠깐 구경 중이야. 푸딩 가게 앞에서 기다려. 금방 갈게.”
그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리고 짧은 침묵 끝에 한마디가 더 이어졌다.
“여기서 기다릴게.”
통화를 마친 배유현은 이마를 짚으며 조용히 미간을 문질렀다.
무심코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 담배를 하나 피워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과 가려운 기운을 눌러보려 했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윤채원은 더 이상 그 시절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 돌아서 떠날 것만 같았다. 이 결혼은 어쩌면 그가 붙잡고 있는 마지막 위안제일지도 몰랐다.
배유현은 한여름 밤, 무더운 바람 속에 서서 팔짱을 낀 젊은 연인들이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봤다.
근처 김밥집에서는 통통한 여주인이 땀을 닦으며 일하고 옆의 남자 친구는 휴대폰으로 쿠폰을 확인하며 손님을 맞이했다.
배유현은 눈앞의 빽빽한 불빛을 보며 순간,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고 그는 비로소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한때 자신을 그렇게 사랑했던 성다희는 이미 바람결에 흩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윤채원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건 배소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는 걸.
그리고 오늘 그녀가 불편해한 이유도 배소영을 봐서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과거가 강제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억울함, 누명을 썼던 그날의 기억.
‘도둑’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당했을 때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를 그가 직접 묻어버렸었다.
그녀는 그때 물었다.
“너 나 믿어?”
배유현은 그 질문이 싫었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자꾸 묻는 걸까. 믿는다고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
이미 배소영은 해외로 보냈고 학교 게시판의 흔적도 모두 지웠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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