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따뜻한 작은 볼이 배유현의 어깨에 파묻혔다.
배우현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가슴속 깊이 알 수 없는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는 무심코 한 손으로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안정을 주었다.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가 잠결에 흘러나왔다.
“...아빠.”
빗소리에 섞여 세상 누구도 듣지 못했지만 오직 배유현만은 또렷이 들었다.
처음엔 환청이라 생각했지만 그 부드럽고 순수한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의 귓가에 와닿았다.
작은 얼굴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고 희고 고운 뺨이 닿는 자리마다 따스한 숨결이 흩날렸다.
가벼운 숨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그의 심장 박동과 맞닿아 공명하는 듯했다.
배유현은 온몸이 순간 정지된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이 아이가 자신을 ‘아빠’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윤채원은 발끝으로 우산을 들어 두 사람을 덮으며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인지 모르게 그가 갑자기 멈춰 선 것 같았다.
“배유현 씨...?”
윤채원이 조심스럽게 불렀고 그제야 배유현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두운 빗속, 아무도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불현듯 상상했다.
만약 이 아이가 정말 자신의 딸이라면.
만약 곁에 있는 여자가 자신의 아내라면.
젖은 어깨를 바라본 그는 아이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남은 한 손을 뻗어 윤채원의 허리를 붙잡았다.
“...!”
윤채원은 우산 손잡이를 긴장된 손끝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의 손이 허리를 감싸자 보폭이 자연스레 맞춰졌다.
아이의 작은 숨결은 그의 어깨 위에서 잔잔히 이어졌고 윤채원은 얼굴을 들어 바로 가까이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좁은 우산 하나, 그러나 세 사람을 충분히 감쌌다.
젖은 옷은 서늘했지만 배유현의 품 안에서는 묘하게 따스한 기운이 번졌다.
서서히 그녀를 덥히고 서서히 그를 덥히고 있었다.
블루펄 3동, 12층.
배유현의 집.
그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윤채원은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단순한 그 작은 동작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윤채원은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달라붙자 손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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