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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강지훈은 슬픔과 분노를 식욕으로 바꿨다. 며칠 동안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온 탓에 이제야 억눌렀던 허기가 터져 나왔다. 강지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전복 만두를 깨끗이 해치웠다. 그리고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삼촌, 왜 여기 오셨어요?” 배유진도 눈길을 주었다. “그러게, 왜 온 거야?” 배유현은 젓가락을 들며 무심히 대꾸했다. “이 가게 간판에 누나 이름이라도 써 있어? 내가 오면 안 돼?” 잘생긴 이목구비가 그릇 속의 김과 새우 위로 드리워졌다. 그가 젓가락으로 새우를 집어 올릴 때, 시선 한 자락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검은 청바지를 입은 윤채원의 다리. 겨울 옷이라 두꺼웠지만 그녀에게는 곧고 가느다란 선이 도드라져 보였다. 시선이 천천히 올라와 맑은 눈동자와 맞닿았다. 윤채원은 민낯이었다. 화장기가 거의 사라진 얼굴, 식사 도중 지워진 마지막 립스틱. 코끝의 작은 점이 오히려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평소에는 가려두곤 했던 그것이 드러나자 의외로 귀엽고 생동감 있는 인상이 완성됐다. 배유현은 눈살을 좁히며 코끝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윤채원과 시선이 2초 남짓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말없이 전복 만두를 한 입 물었다. 하지만 첫 새우를 삼키는 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나 배유현은 끝내 삼켰다. 익숙한 듯 낯선, 낯선 듯 익숙한 그녀의 모습이 마음 한구석을 어지럽혔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감정을 가장 싫어했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발걸음을 이곳으로 옮긴 지금처럼 말이다. ... 배씨 가문은 식사 예절에 그리 엄격하지 않았다. 대화는 자유로웠고 굳이 연장자가 먼저 수저를 들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박영란과 배유진은 언제나 가장 말이 많았다. 지금도 그랬다. “채원 씨, 마침 제가 음악회 티켓이 있는데요. 제 조카가 다음 달 송주에서 바이올린 순회 공연을 해요. 아린이랑 같이 오시면 참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초대에 윤채원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배유진에게는 단순한 호의였지만 그녀는 배소영과 얽힌 그 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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