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창립기념 파티가 한창인 가운데, 윤성빈은 어머니가 잇달아 건네는 술잔을 받아들고는 슬쩍 임수아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더는 못 마시겠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술잔을 거절했다. 김예화는 그가 이미 약간 취기가 오른 걸 확인하곤, 곧장 임수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임수아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술도 마셨는데 내가 부축해줄게요.” 오늘 밤, 어떻게든 그와 뭔가 해내겠다는 다짐이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윤성빈은 아직 정신이 또렷했다. 그녀의 팔을 뿌리치려는 순간 그의 시선이 멀리서 다가오는 한 여인에게로 고정되었다. 청록빛 드레스를 입은 눈부신 모습이었다. 그는 더 이상 임수아를 밀쳐내지 않았다. 대신,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채시아를 바라봤다. 채시아가 홀 안에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그녀의 외모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녀가 바로 과거 채씨 가문의 귀머거리 아가씨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김예화 역시 우연히 시선을 돌리다 그녀를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예전의 채시아도 분명 예쁜 얼굴이었지만 그땐 수수하고 이 정도로 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채시아는 윤성빈과 임수아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또렷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빈 씨를 데리러 왔어요.” 그 한마디에, 파티장의 시선이 다시 두 사람에게로 몰렸다. “어? 저 사람 채시아 아냐? 윤 대표 부인 맞지?” “진짜 채시아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어? 완전 여신인데?” “원래도 예뻤지. 다만 조용해서 사람들이 몰랐던 거야.” “가만 보면 임수아보다 더 화려한데? 저러면 임수아가 좀 곤란하겠네.” 임수아도 그 소리를 들었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때, 윤성빈이 임수아의 손을 뿌리치고 채시아를 바라보았다. “왜 내려왔어?” 채시아는 그의 상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