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윤성빈은 고개를 들어 채시아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찾아와서 무슨 말을 했어?” 채시아는 김예화가 내민 빈 수표를 건넸다. “이거 줄 테니 떠나달라고 하셨어요.” 윤성빈은 그 수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넌 받았어?” 수표에 숫자 하나만 적으면 그녀가 자신에게 진 빚을 바로 갚고 떠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채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어차피 당신이랑 계약까지 한 마당에, 그 돈 받을 이유 없어요.” 지금 떠나면 어떻게 셋째 아이를 가질까? 채윤학을 어떻게 구할까? 채시아는 수표를 윤성빈 쪽으로 밀었다. “돌려줄게요.” 윤성빈은 수표를 받아 흘끗 보기만 하더니 곧장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그 시선은 곧, 그녀 얼굴의 알레르기 흔적으로 옮겨갔다. 짙고 깊은 눈빛이었다. “네 선택이 옳았어. 설령 네가 수표에 숫자를 적었다 해도 난 그 돈 절대 안 줬을 거야.” 도망칠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어야 하니까. 그 말에 채시아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윤성빈은 따뜻한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한 사이, 그의 손끝이 그녀 목덜미의 붉은 발진 위에 닿았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듯했다. “약은 발랐어?”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하는 그의 태도는 채시아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피했다. “발랐어요.” 하지만 그녀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윤성빈은 놓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손을 뻗으려는 찰나 현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올까? 거실에 번진 묘한 기류에서 채시아는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 “제가 나갈게요.” 윤성빈을 피하듯 그녀는 빠르게 문 앞으로 향했다. 초여름 밤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그 바람 속에 얇은 슬립 드레스를 입은 임수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듯했는데 누가 봐도 안쓰럽고 애틋한 인상이었다. 문을 연 사람이 채시아임을 확인한 임수아는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 다정한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