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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채시아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후,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워하지 않아요.” 그건 진심이었다. 그 말을 들은 윤성빈은 그녀를 꼭 껴안았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 순간만큼은 채시아가 아직 자기 사람이라는 걸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채시아는 이때가 기회라는 걸 직감했다. 그녀는 살짝 발끝을 들어 붉은 입술로 그의 목젖에 입을 맞췄고 곧이어 그의 입술로 올라갔다. 몇 번의 도발에 아무리 자제심이 강한 윤성빈이라 해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는 단숨에 채시아의 뒤통수를 감싸 쥐고 주도권을 되찾듯 깊이 입을 맞췄다. 이제 그녀가 무슨 목적을 품고 있든, 오늘 밤만큼은 그는 그녀를 원했다. 채시아는 숨을 고를 틈을 타 조심스레 말했다. “나 조금 무서워요. 먼저 술 한 잔만 같이 마셔도 될까요?” “그래.”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며 윤성빈은 욕망을 억눌렀다. 채시아는 가장 도수가 센 술을 골라 왔고 미리 조나연이 건넨 약을 그의 잔에 슬며시 섞어 넣었다. 술을 잔에 따라 건네며, 윤성빈이 의심하지 않게 자신도 한 잔을 들었다. “건배.” 이번엔 윤성빈도 거절하지 않고 채시아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비웠다. 채시아도 한 모금 마셨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의 화끈한 자극이 확 느껴졌다. “다음엔 테킬라로 해. 지금 네가 고른 건 네 체질에 안 맞아.” 그는 한눈에 알아봤다. 채시아가 고른 술은 가장 높은 도수의 술이었다. 테킬라는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몸에도 덜 해로웠다. “알겠어요.” 채시아는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조급해 보이면 그에게 경계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넣은 양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윤성빈은 역시 대단했다. 그 센 술을 한 잔 가득 마시고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숨을 고른 뒤, 채시아를 번쩍 안아 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채시아는 그의 셔츠 자락을 꼭 움켜쥐고 작게 속삭였다. “...미안해요.” 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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