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5화
윤성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됐어. 싫으면 말고.”
그는 옆에 쌓여 있던 선물 상자를 발로 툭 차고는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욕실에 들어선 순간, 온몸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몰려왔다. 그는 알레르기 약을 두 알 더 삼킨 뒤 샤워를 시작했다.
채시아는 거실에 홀로 남아 선물 상자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대충 보기에도 백 개는 훌쩍 넘어 보였다.
결혼 후, 그녀는 자신이 가진 사재 대부분을 몰래 윤성빈의 회사에 쏟아부었고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아끼며 살았다. 그래서 늘 메모장에 갖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고 가격까지 기록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자신은 참 어리석었고 동시에 진심으로 윤성빈을 사랑했었다.
그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이 모든 걸 살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그가 혹여 일에 지장 받을까 봐 늘 자신을 숨기고 절제했다.
한참 뒤, 윤성빈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채시아는 눈을 의심했다. 그의 얼굴과 몸 곳곳에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당신, 왜 이래요?”
윤성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괜찮아. 아마 방 안에 꽃향기가 너무 진해서 그런 것 같아.”
“허 비서님한테 전화해서 병원 가자고 할게요.”
채시아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려 했지만 윤성빈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
“괜찮아. 침실에서 하루만 쉬면 나아질 거야.”
그는 내일,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다.
채시아는 그가 정말 괜찮은 줄 알고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
침실에 누운 윤성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성빈 씨!”
“...응.”
잠시 뒤, 병원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건물 아래 울려 퍼졌다. 그제야 채시아는 윤성빈에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채시아는 두 손을 꼭 쥔 채 병원 복도 의자에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기억 속 윤성빈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허준이 다가왔다.
“약이 듣질 않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시아 씨가 빨리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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