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이 순간, 그녀는 윤성빈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로 또 한 번 다짐했다. 밖에서는 밤새도록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윤성빈의 품에 갇혀 있던 그녀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다. “물 마시고 싶어요.”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소리에 눈을 뜬 그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생수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어깨에도 있었고 입술도 다 찢어졌다. 생수병을 열어 품에 있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나니 조금 편안해졌지만 갑자기 구역질이 나서 토하고 싶었다. “우웩.”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 옆에 엎드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윤성빈은 벌떡 일어나서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왜 그래?” “손대지 마요.” 채시아는 단번에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졌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이제 그만 가요.” 잘생긴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한 시간 줄 테니까 짐 정리 해. 한 시간 후에 도항시로 돌아갈 거야.” 이곳에 머문 시간은 충분했고 더 이상 그녀가 싸울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 손을 떼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가 가운을 걸쳐 입고 문을 나섰다. 채시아는 이번에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젯밤, 윤성빈이 포기하지 않는 건 두 사람이 아직 법적으로 부부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조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연아, 너 이혼 소송도 할 수 있어?” ... 한 시간 후, 채시아는 짐을 챙겨 문 앞으로 갔다. 윤성빈이 나올 때 그의 등 뒤에는 경호원이 따라왔다. 그는 이미 강제로 채시아를 데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얌전히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릴 줄은 몰랐다. 정장 차림의 그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생각이 바뀐 거야?” “네.” 그녀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경호원은 그녀의 짐을 건네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