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윤성빈은 갑자기 목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아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잠시 음산한 빛이 스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준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선명 그룹의 사업부에서는 큰 투자가가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어떤 대형 투자가가 와서 큰 금액을 기부한다며?” “누군지 모르겠네.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쓸 데가 없나 봐.” “해외에서 온 사람이라고 들었어.” 그 시각, 채시아는 빠르게 선명 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높고 웅장한 빌딩들이 4년 전보다 훨씬 더 커지고 빠르게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윤성빈의 강력한 리더십과 윤씨 가문의 뿌리가 깊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채시아 또한 그동안 스스로를 놓지 않았다. 박지훈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고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도항시로 돌아가기 전, 많은 준비를 했고 선명 그룹이 전국적인 희망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명목으로 협력을 제안할 생각을 했다. 협력 투자라는 명분이 생기자 윤성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어제 열린 자선 경매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협력 투자만으로는 윤성빈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윤성빈의 관심을 끌어 그가 먼저 자신을 찾아오게 하려고 했다. 차에서 내린 채시아는 문을 열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선명 그룹의 담당자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채시아를 보고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채 대표님이신가요?” 채시아는 상대의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왜요? 그러면 안 되나요?” 여전히 의심하는 담당자에게 채시아는 전에 두 사람이 연락했던 기록을 꺼내 보였고 그제야 그는 급히 말을 바꿨다. “아, 아니요.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마음씨도 참 고우시네요.” 담당자는 채시아를 접견실로 안내하고 곧 윤성빈을 불러왔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세게 닫혔다. 채시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윤성빈과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