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그때, 신도영의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는데 발신자는 신창길이었다. “이놈아! 저 정말 평생 혼자 늙어 죽을 셈이야?” “누가 소개팅 상대와 한 약속을 마음대로 깨라고 했어?” 할아버지의 언성이 급격히 높아졌고 짜증 난 신도영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할아버지, 제가 지금 좀 바빠요.” “바빠? 내가 모른다고 생각해? 매일 밖에서 쓸데도 없는 사람들과 시간 낭비하면서 사는 거?” 할아버지는 명백히 불쾌감을 드러내며 계속 말했다. “당장 돌아와! 안 돌아오면 네가 가는 모든 길을 막아버릴 거다!” 신도영은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의 요구를 따르기로 했다. 홍정 그룹. 채시아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제일 높은 층으로 향했고 비서 허준은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허준은 예전의 채시아를 똑똑히 기억했다. 언제나 어두운색의 옷을 입고 단조로워 눈에 띄지 않던 모습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여성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풍기는 분위기 또한 전과는 180도 달랐다. “채시아 씨,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윤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 채시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허준은 무관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은 오늘 너무 바쁘셔서 아마 시간이 없을 겁니다.” 그는 여전히 전과 똑같게 채시아에게 일말의 호감도 없었기에 윤성빈을 못 만나게 만들고 싶었다. 채시아는 이미 이런 데에 익숙해져 있었다. 과거에도 여러 번 문전박대를 당했었기 때문이다. 올라오기 전에 미리 윤성빈의 일정을 확인해 봤지만 오늘 그에게 중요한 회의는 없었다. “그래요? 그럼 저와의 협업은 여기서 끝내겠다고 전해 주세요.” 채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려 했고 결국 허준은 급히 태도를 바꿨다. “잠깐만요. 제가 대표님에게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그는 거만한 자세를 접고 채시아를 데리고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비서들이 있는 구역을 지나갈 때, 그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채시아?’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