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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임준호와 김선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이런 사실을 밝힌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임지안도, 임지현도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아무 의미도 없었다. 결국 임준호와 김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임지안의 유골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그녀가 생전에 직접 골라둔 묘지에 안치하기로 했다. 서강준은 가슴께를 꼭 누르며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꽃병 속의 꽃이 이미 시들어 버린 것을 발견했다. 임지안이 없으니 꽃꽂이를 연구하던 사람도, 꽃을 갈아주던 사람도 없었다. 소파 위의 쿠션에는 여전히 임지안의 향기가 남아 있었고 텔레비전을 켜자 마지막으로 그녀가 보던 프로그램 화면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벽에 걸린 그림은 임지안이 직접 그린 것이었다. 임지안이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꿈꾸며 집을 꾸몄다. 서강준의 곁에서 평생을 살게 될 거라 믿으며. 그러나 그 아름답던 꿈을 산산이 부순 건 다름 아닌 서강준 자신이었다. 지금의 이 참혹한 끝은 결국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서강준은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임지안은 이미 죽었어. 그녀가 남긴 말처럼 이제는 내려놓고 새 인생을 살아야 해.’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집 안 곳곳에는 임지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서강준은 종종 착각했다. 방 안을 돌아다니는 임지안의 그림자를, 복도 끝에 앉아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을.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모두 환상일 뿐이었다. 그 환상이 사라질 때마다 그의 마음은 공허함과 통증으로 가득 찼다. 서강준은 힘없이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예전 임지안이 하던 것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안았다. 쿠션을 끌어안고 그 위에 남은 그녀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임지안, 보고 싶어. 지안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낮았고 금세 흐느낌으로 번졌다. 머리를 베개에 깊이 파묻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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