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화

클럽. 신주은은 자리에 앉자마자 연거푸 위스키를 세잔이나 원샷해 버렸다. 하지만 알코올은 목만 뜨겁게 태울 뿐 분노로 얼룩진 그녀의 마음은 태우지 못했다. 무대 중앙에서 빨간색 원피스를 휘날리며 춤을 추던 신주은은 자연스럽게 문재하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그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신하린의 곁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워낙 시끄러운 공간이라 신하린이 그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말을 걸자 문재하는 평소 냉랭하기 그지없던 얼굴을 지우고 귓가를 빨갛게 물들였다. 신주은은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더 정신없이 몸이 흔들다 어느샌가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버렸다. “신주은 씨 맞죠? 저랑 같이 한잔할래요?” “난 연락처 좀 받고 싶은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늘 저희랑 함께 놀아요. 네?” 신주은은 저돌적인 남자들 때문에 어찌할 겨를도 없이 금방 코너로 몰리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기도 했다. “문재하 씨!” 결국 참다못한 신주은이 큰 소리로 부르자 문재하는 그제야 그녀의 상황을 알아차린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와 남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눈빛이 워낙 무서웠던 탓에 추근대던 남자들은 금세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누가 보면 신하린 경호원인 줄 알겠어요.” 신주은이 남자들이 터치했던 곳을 툭툭 털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본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각은 있는 건지 문재하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못 봤습니다.” “못 봤다?” 신주은은 갑자기 거리를 좁히더니 입술이 문재하의 턱에 거의 닿을 때쯤 움직임을 멈췄다. “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고?” 문재하는 신주은의 행동에 침을 한번 삼키고는 뒤로 크게 한발 물러섰다.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 조만간 신하린 곁에 보내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무대를 향해 큰 환호성을 질렀다. “자, 그럼 오늘의 메인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DJ의 말과 함께 등장한 건 거대 케이지에 들어있는 마스티프였다. 해당 클럽은 아주 가끔 이런 식의 피비린내 나는 퍼포먼스를 하곤 했지만 신주은은 이런 식의 퍼포먼스를 혐오하는 편이라 직원들이 케이지를 끌고 오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케이지를 운반하던 휠이 갑자기 삐걱하는 소리를 내며 빠져버렸고 그 흔들림으로 케이지의 잠금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마스티프는 열려버린 케이지 문으로 곧장 뛰쳐나갔고 그대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사람들의 비명에 신주은은 당연하게도 문재하를 찾았지만 문재하는 그녀를 뒤로한 채 신하린을 먼저 감싸며 비상통로 쪽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신주은이 한참이나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그녀의 뒤로 침을 뚝뚝 흘리는 마스티프가 다가왔고 어떠한 예고도 없이 그녀의 종아리를 세게 물어버렸다. “윽!” 이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하지만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광경을 보면서도 신주은은 바닥에 쓰러진 채 마스티프가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려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도망갈 수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탕! 그때 총소리가 들려왔고 개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신주은이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마지막으로 본 건 신하린을 등 뒤에 숨긴 채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던 문재하의 모습이었다. ... ‘소독약 냄새...’ 신주은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으로 이송된 뒤였다. 종아리는 마치 누군가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웠고 호흡 한번 내뱉는 것도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신주은이 기억을 되짚어보던 그때 바로 옆쪽에서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문재하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하고 있는 신하린과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토닥이는 문재하의 모습이 보였다. “왜 그랬어요. 왜 흑... 왜 언니가 아니라 나부터 구하러 왔어요... 이게 다 나 때문이에요. 내가 클럽으로 따라오지만 않았어도... 흡...” “아가씨,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문재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품에 있는 신하린을 살짝 떼어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저는 또 똑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아가씨부터 보호할 겁니다.” “...왜요?” 신하린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묻자 문재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아가씨를 많이 좋아...”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