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널 주려던 거 아닌데
임가윤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엄태경을 바라봤다.
노교수는 못 본 척하며 발음하기도 어려운 호칭을 굳이 고치지 않고 그녀를 자극했다.
“네 전 남자 친구의 여자 친구도 내 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싶어 하더군. 내 제자라는 타이틀만 달아도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줄 테고 성적이 형편없어도 ‘스타라이트 컵’ 후보에는 오를 수 있겠지.”
임가윤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차분히 대답했다.
“저는 교수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게 관심을 얻고 싶어서도 아니고 대회에 나가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속에는 순수한 빛이 타올랐다.
“교수님도 창궁을 아시잖아요. 제가 창궁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교수님의 가르침과 선배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창궁은 지금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어요. 저는 그걸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싶어요.”
“그 정도 문제로 널 쩔쩔매게 한다니?”
엄태경은 비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등 뒤로 한 채 책장을 뒤적이다가 자신이 직접 편찬한 책을 뽑아 그녀의 품에 던졌다.
“가져가서 제대로 읽어봐라. 그리고 왜 나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는지 다시 말해. 나는 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이유를 원해.”
임가윤은 책을 안고 회관을 나섰다.
그 후 한 주 동안, 그녀의 삶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절반은 회사에서 원경 가구 입찰 제안서를 준비하는 데 썼고 나머지 절반은 두툼한 저서를 파고드는 데 썼다.
서지강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에도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반면 강보라는 엄마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바쁠 때는 아예 그녀의 회사 앞으로 배달 음식을 보내주기도 했다.
임가윤은 사무실에 앉아 단짝 친구가 보내준 따뜻한 죽을 마시며 생각했다.
이번 생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일은 강보라 같은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이라고.
어느 날, 임가윤은 아파트 아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늘 혼자 밥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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