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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진한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붉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은 칼날보다도 더 날카로웠다. “왜요? 설마... 욕구불만이에요? 그 귀한 소가연 씨가 손을 다쳐서 침대에서 대표님을 만족 시켜주지 못하니까 필요할 때만 불러다 쓰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내가 떠오른 거예요?” 진한나는 고건우의 표정이 굳어버린 걸 바로 눈치챘다. 고개를 들어 고건우의 얼굴을 본 순간 고건우의 안색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진한나는 속으로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그 짜릿한 쾌감은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 저도 모르게 활짝 웃어버렸다. “보아하니 지난번에 넥타이로 의자에 묶어놓은 거로 부족했나 봐요. 오늘 밤 다시 느껴보고 싶은 거예요? 물론 대표님 몸에 무언가 ‘기념'이 될만한 것이 남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 못 해요.” 말을 마친 후 진한나는 한없이 싸늘하고 비웃음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고건우를 보았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고건우의 손을 떼어냈다. 그 한 번의 행동에 온 힘을 쏟아부었고 마음속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우스운 미련까지 완전히 떨쳐내게 되었다.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 고건우에게 미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쿨한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고건우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손목에는 여전히 진한나가 있는 힘껏 뜯어내던 손아귀의 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고 그녀가 내뱉었던 모욕적인 말들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분노와 굴욕, 그리고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섞여 한꺼번에 몰려왔다. 예전이었다면 자신의 몇 마디에 진한나는 바로 고개를 숙으며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꼭... 정말로 더는 제어가 불가능해진 것 같았다. 진한나가 진료실에서 막 나왔을 때 소가연이 다른 진료실에서 나왔다. 두 손에는 붕대를 두껍게 감고 있었고 작은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빨갛게 충혈된 눈은 꼭 겁먹은 토끼 같은 모습이었고 누구라도 지금 소가연의 모습을 본다면 보호 욕구가 샘솟았을 것이다. 고건우를 보자마자 소가연은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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