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소가연은 손톱이 손바닥의 살을 파고들 듯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곧바로 진한나가 탄 차를 가리키며 놀라움과 걱정이 섞인 듯하면서도 은근한 경멸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진한나가 저 검은 홀스로이스에 탔어! 저 차는 몇십억은 할걸? 설마... 새로운 스폰서를 찾은 걸까?”
소해진은 소가연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처음에는 그저 진한나가 천기 테크놀로지 쪽이랑 연관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홀스로이스의 번호판을 똑똑히 확인한 순간 소해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건 그저 평범한 번호판이 아니었다. 정경시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번호판이었고 특별한 숫자들로 이어진 번호였다.
국내에서 이런 번호판은 어디서든 통하는 프리미엄 명함이나 다름이 없었고 번호가 가리키는 것은 권력의 상징인,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위 재벌가 진씨 가문이었다.
소씨 가문이 그렇게나 애써서 친해지려고 했던 바로 그 가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건 진씨 가문의 장남, 진현성의 차야.”
“뭐?”
소가연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이내 눈빛이 어두워졌다. 머릿속에는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제야 천기 테크놀로지에서 진한나를 감싸주던 것이 이해가 갔다.
진한나의 스폰서가 진현성이었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소가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진씨 가문의 막강한 권력을 쥔 장남은 이미 다른 비슷한 가문의 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정략결혼은 다른 사람들의 정략결혼과 달랐던지라 절대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만약 이 사실을 진현성의 약혼자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흥미롭겠는가.
반면 홀스로이스 안의 분위기는 너무도 포근했다. 진현성은 동생의 예쁘면서도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진현성은 다소 잠긴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진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오빠. 다 지난 일인걸.”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버려지고, 진흙탕 속에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