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신경 쓸 필요 없어. 아까 하던 얘기를...”
하지만 소가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정말 급한 일로 연락한 거면 어쩌려고 그래요?”
진한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고건우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피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그쪽에서 뭐라고 했는지 고건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지금 바로 갈 테니 기다려.”
고건우는 전화를 끊더니 다급히 말했다.
“한나야,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중요한 일이어서 내가 직접 가야 해.”
“소가연이 빨리 오라고 하던가요?”
진한나는 그를 뒤따라가면서 계속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그래요? 소가연과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설마 거짓말한 거예요?”
고건우는 심호흡하고는 천천히 말했다.
“한나야, 여기에서 나를 기다려줘. 급한 일을 처리하고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너밖에 없는 거 알지?”
그는 예전처럼 진한나를 달려주었다. 말 몇 마디면 그녀가 안심할 거라고 믿었다.
진한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고건우 씨, 나밖에 없다면서 왜 가는 거예요?”
그는 속내를 들킬까 봐 진한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시간을 끌수록 그의 입장이 불리해지기 때문이었다.
“한나야, 나를 믿어줘. 몇 년 동안 만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빨리 갔다가 올게.”
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겨진 진한나는 멍하니 서서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고건우는 진한나를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소가연을 옆에 두고 있었다.
소가연을 이용해서 고건우를 자극한다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고건우는 진한나한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진한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김희정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나야, 시간이 되면 나랑 쇼핑하러 가자.]
이런 상황에서 진한나를 만나겠다고 하는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진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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