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장
박시후는 얼굴빛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문 앞에 서서 길을 막은 채로 물었다.
“할머니,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뭔 일 없으면 난 여기 못 오는 거니?”
최여정은 손자가 자기를 집에 들일 생각이 없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는 기어코 들어가려고 했다.
“리아를 보러 온 거다. 넌 비켜.”
강리아는 현관에 서 있었는데, 최여정의 말은 안 그래도 죄책감이 들던 그녀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했다.
‘우리가 이혼한 걸 할머니께 얘기하지 않았나? 왜 말하지 않았지?’
“비켜!”
최여정은 지팡이로 박시후의 다리를 쿡 찔렀다.
박시후는 짧은 신음을 내더니 그제야 몸을 돌려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긴 팔로 현관에 있는 강리아를 안고 신속히 주방으로 걸어가 그녀를 벽에 밀쳤다.
“이혼한 얘기 아직 안 했어.”
“이혼한 왜 얘기 안 했어요?”
두 사람은 모두 목소리를 낮게 깐 채 동시에 입을 열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남자의 몸에 있는 니코틴과 침향 냄새가 계속 강리아의 코를 자극했다.
가까운 접촉은 단번에 두 사람의 머릿속 깊은 곳에 있는 시대착오적인 장면을 끄집어냈다.
머리 위에 있는 남자의 숨결이 얼굴에 떨어진 순간 강리아의 긴 속눈썹은 파르르 떨렸다.
“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실 거야. 게다가 이혼이 성사되기 전이라 분명 끼어들어 방해할 거고.”
박시후는 손으로 강리아의 턱을 들어 올려 억지로 눈을 맞췄다. 이윽고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이혼에 차질이 생기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하긴, 만약 박씨 가문에서 두 사람의 이혼에 관여하면 이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입을 열려는 순간 강리아는 갑자기 깨진 꽃병이 떠올라 말을 바꾸었다.
“그럼 꽃병을 배상하라고 하지 마요. 안 그러면 협조 안 할 거예요.”
박시후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득의양양하면서도 거드름을 피우는 강리아의 모습이 참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강리아의 가면을 벗겨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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