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장
박시후의 온몸에서는 차가운 오만함이 흘러나왔고 무표정한 얼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비아냥거리며 되묻는 듯해 보였다.
“시후야, 아무리 그래도 리아가 임신했잖아. 너는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인데, 책임을 져야지. 시작만 하고 끝맺음 없이 도망치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야.”
박성균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얼굴에는 실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아들이 다정다감한 사람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책임감 있는 남자일 거라고 믿었다.
‘리아가 임신했는데도 이혼을 하려 한 거야?’
“뭐라고요?”
박시후의 얼굴은 단번에 어두워졌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강리아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임신... 이라고요?”
장수경은 박시후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놀라는 모습을 보자마자 강리아를 향해 날카롭게 물었다.
“리아야, 임신한 걸 시후한테 말 안 했니?”
“누가 그래요? 제가 임신했다고?”
최근 장수경의 수상한 행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리아는 그제야 자신이 ‘임신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너 요즘 몇 달째 생리도... 계속 컨디션도 안 좋다면서?”
장수경은 작은 목소리로 몰래 속삭였다.
“이미 검사도 했잖아?”
강리아는 이 황당한 상황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 불순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약도 먹고 있어요. 임신 아니라고요!”
장수경은 그녀를 꾸짖듯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을 외면하는 모습에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저는 절대 임신할 리 없어요.”
강리아는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았다.
“저... 계속 피임약 먹었어요. 아기 가질 생각 없었다고요.”
강리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장수경만이 들을 수 있도록 속삭였다.
장수경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은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네 약을 바꿔 놓은 거야. 이제라도 알게 돼서 고맙지? 내가 미리 바꿔놨어...”
“...약을 바꿨다고요?”
강리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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