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강리아는 마치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듯 방금 전의 흥분과 기쁨이 단번에 사라졌다.
“그럼 면회가 통과되면 다시 연락 주세요.”
이 말은 사실 박시후에게 의지하지 않고, 정식 절차로 면회를 요청하겠다는 의미였다.
오민준도 그녀의 뜻을 눈치채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강리아는 일부러 박시후와 관련된 소식을 피했다.
그녀는 휴대폰의 뉴스 어플을 삭제하고 그의 소식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했다.
하지만 오민준이 언급한 순간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녀를 삼켜버렸다.
오민준이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직 이혼 서류를 시온 그룹에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 집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이혼 서류를 회사에 전달해야만 박시후가 그녀가 진심임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가면 그를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몇 번이고 고민 끝에 강리아는 새로운 이혼 서류를 준비하고 퀵 서비스를 통해 보내기로 결심했다.
내일은 블루오션에 첫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주말 내내 서유나의 권유를 거절하고 집에서 공부를 했다.
실내 디자인 공부는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비록 몇 년간 손을 놓고 있었지만 금세 최신 트렌드를 익힐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8시 강리아는 정시에 블루오션에 도착했다.
프런트 직원은 그녀를 디자인팀의 한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다.
“강리아 씨, 여기는 허나영 팀장님 자리예요. 앞으로 팀장님에게 많이 배우세요.”
허나영은 자리에 없었지만 책상 위에는 그녀의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짧은 머리에 단정하고 노련한 인상이었다.
서른 살인 허나영은 국내 디자인 분야에서 많은 상을 받은 젊은 인재였다.
강리아도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기에 프론트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
“리아 씨 자리는 팀장님이 안내할 거예요. 지금 잠시 화장실에 갔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말을 마친 프런트 직원은 다른 업무를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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