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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태블릿을 들고 배지욱의 방에서 나온 뒤 곧장 배현민의 서재로 향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하필 홍시연인 걸까? 처음 홍시연의 이름을 들은 건 배현민과의 결혼식에서였다. 당시 배현민은 내게 무척이나 잘해주었다. 내가 기분 나빠할 때면 배현민은 내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내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내 곁에 있어 주었고, 내가 아플 땐 모든 일을 제쳐두고 날 돌봐줬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그의 사랑만을 믿고 내 고향과 멀리 떨어진 이 도시에서 배현민과 결혼하여 살기로 마음먹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쁜 부케를 든 채로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던 순간, 나는 배현민의 친구들이 배현민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나는 배현민이랑 홍시연이 절절하게 사랑하길래 둘이 결혼하게 될 줄 알았는데.” “나도. 두 사람 진짜 하늘이 맺어준 한 쌍 같았잖아.” “정말 아쉽네.” 아쉽다는 말에서 그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배현민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배현민을 찾아가서 홍시연에 관해 물어보려고 마음먹었을 때, 배현민은 어두운 얼굴로 그들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었지. 난 홍시연을 증오해. 예전에는 내가 똑똑히 말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얘기해 둘게. 만약 앞으로 또 내 앞에서 홍시연 얘기를 꺼낸다면 너희랑 절교할 줄 알아.” 당시 나는 그 말을 듣자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배현민은 홍시연을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증오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배현민은 무엇 때문에 홍시연이 돌아오자마자 내 아이를 데리고 홍시연을 만나러 간 것일까? 나는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굳게 믿었던 내 결혼 생활에 의문이 들었다. 나는 예전만큼 배현민을 존중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 꼭 문을 두드렸는데 이번에는 곧장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배현민은 고개를 숙인 채 업무를 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하고 있던 업무를 제쳐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다가왔다. “여보, 왜 그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와 뜨겁게 연애했을 때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나는 배현민의 관심 어린 목소리를 듣자 자기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배현민은 나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나를 배신했다니. 잠시 뒤, 배현민은 내 앞에 멈춰 섰다. 배현민은 188cm로 키가 매우 컸고 근육질은 아니지만 자주 운동을 해서 몸이 균형 잡혀 있었다. 그런 몸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배현민은 손을 들어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혹시 우리 아들이 또 자기를 화나게 한 거야?” 나는 목이 메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니.” 배현민은 계속 물으려고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나 단톡방 채팅 기록 다 봤어.” 배현민의 손이 내 얼굴에서 멀어졌다. “무슨 단톡방?” 나는 계속해 흐르는 눈물을 개의치 않고 그를 지긋이 바라봤다. 배현민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게 거짓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자기도 모르게 목청이 커지며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현민 씨랑 홍시연 씨가 있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름의 단톡방 말이야.” 배현민은 슬퍼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마음 아픈 듯이 안타까운 표정을 해 보였고, 이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나를 안아주며 큰 손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여보, 진정해.” 내 육체와 정신은 긴장감 때문에 심하게 예민해진 상태였다. 언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지 몰랐다. 배현민이 설명했다. “그 단톡방은 지욱이가 꼭 만들겠다고 해서 만든 거야.” 그렇다면 배지욱은 어떻게 홍시연을 알게 된 걸까? 그리고 홍시연과 무엇을 했길래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둘 사이가 가까워진 것일까? 배현민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말이다. 배현민은 아마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현민 씨.”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인데도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야만 했다. “나 채팅 기록 다 봤어. 그러니까 사람 바보 취급하지 마.” 배현민은 침묵했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나는 몸을 돌려 안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배현민이 등 뒤에서 날 안았다. “미안해.” 나는 걸음을 멈췄다. 배현민은 신중히 말을 골랐다. “이 일은 내 잘못이 커. 내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야. 나는 자기가 매일 아이를 돌보면 힘들까 봐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고 싶었어.” ‘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니. 배현민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단 하루도 나와 아이와 함께 있어 준 적이 없는데, 다른 여자와 만날 시간은 있었다.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으나 배현민은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네가 이렇게 상처받을 줄 몰랐어. 다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시연이랑 연락하지 않을게. 그리고 지욱이랑 같이 단톡방에서도 나가고 홍시연 연락처도 삭제할게. 그러니까 지안아,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줄래? 앞으로는 너한테 최선을 다할게. 그리고 다른 이성과는 거리를 유지할게.” 배현민이 점점 더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서, 그리고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도... 지안아, 날 버리지 말아 줘.” 나는 배현민이 버림받는 걸 무서워하는 것처럼 애달프게 말하자 문득 배지욱이 떠올랐다. 배지욱은 아직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다. 배지욱은 홍시연과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홍시연 때문에 나쁜 영향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홍시연은 일부러 배지욱을 방임하고 있었고 그 탓에 배지욱의 병치레는 더욱 잦아졌다. 만약 내가 배현민과 이혼해서 배현민과 홍시연이 이어진다면, 배지욱의 삶은 앞으로 고되어질 것이다. 그러니 내가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겹게 말했다. “알겠어.” 배현민은 그 말을 듣더니 큰 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고 내 몸을 억지로 돌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배현민을 바라보았다. 배현민은 내 얼굴을 받쳐 들고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기쁨이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게 입을 맞추었다.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배지욱의 배신은 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쿡쿡 찔렀다. 나는 그 일을 완전히 잊기 전까지는 배현민과 스킨십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배현민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내 몸이 허공에 붕 떴다. 갑자기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자 당황한 나는 자기도 모르게 배현민을 안았고, 배현민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아직 화 안 풀렸어?” 나는 부인하지 않았다. “내겐 시간이 필요해.” 배현민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유혹하듯 말했다. “그러면 오늘 밤 여보 마음에 들게 열심히 노력해야겠네. 그러면 용서해 줄 거야?” 평소였다면 나는 그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짓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배현민은 내 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내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나를 푹신한 이불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배현민이 곧바로 나를 깔아뭉갰다. 나는 두 손으로 배현민의 가슴을 힘껏 밀면서 저항했으나 배현민은 한 손으로 내 두 손목을 잡아 위에 고정했다. 배현민은 힘이 매우 셌고 나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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