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안 먹었어요.” 곽민재는 곧장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일에 빠져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네요. 뭐 먹고 싶으세요? 제가 사는 걸로 사과할게요.” “그럼 2층에 있는 작은 반찬 가게에서 먹죠.” “돈을 그렇게까지 아낄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내가 이 근처 식당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직접 앞장서서 가까운 식당으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곽민재가 몇 가지 대표 요리를 시킨 뒤 차분히 말했다. “여긴 구내식당 음식이랑은 완전히 달라요. 한번 드셔보세요.” “네.” 나는 맛있다면 나중에 월급을 받으면 곽이서를 데려와도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던 중, 곽민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문득 물었다. “앞으로 남자 친구 사귈 생각... 있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세요?” 그러자 그는 신중히 단어를 고르며 대답했다. “만약 연애할 생각이 있다면... 이서가 계속 엄마라고 부르는 건 곤란할 거예요. 남자 친구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곽민재의 말은 늘 치밀하고 현실적이었기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러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당분간은 그럴 생각 없어요.”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곽민재난 내가 말한 당분간이 사실 몇 년은 될 거라는 걸 짐작했는지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알겠습니다.” “혹시 연애할 생각이 있으세요?” 갑자기 나한테 연애에 관련한 문제를 물으니 나는 곽민재가 여자 친구로 정해둔 상대가 생긴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혹시 이서가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게 걸려서 불편하다면... 그럼 제가 이서랑 따로 나가 살게요. 절대 두 사람 인생 방해하지 않게 말이죠.” 사실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내가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게 무리라는 걸. 하지만 그저 이서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 말이었다. 곽민재는 한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