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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은수가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어느덧 어둠이 드리워졌다. 거실에는 낡은 플로어 램프 하나만 켜져 있었고 흐릿한 불빛이 소파에 앉아 있는 길고 차가운 실루엣을 그려냈다. 강지훈은 소파에 반쯤 기대앉아, 타들어 가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었다. 연기가 자욱해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온몸에서 내뿜는 저기압이 집안 전체를 가득 채웠다. “정한 그룹은 왜 갔어?” 강지훈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 질문은 뭔가 심문하는 듯한 느낌이 묻어났다. 서은수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에게는 더더욱 싫었다. “가고 싶어서 갔다. 왜? 무슨 이유라도 필요한 거니?” 그녀는 태연하게 말하며 강지훈에게 눈길조차 안 준 채 곧게 방으로 걸어갔다. 문손잡이를 잡자마자, 손목이 갑자기 팽팽해지고 거대한 힘에 쏠려 몸이 확 돌아갔다. 강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깊은 눈동자에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쳤고, 무언가를 억누르려 애쓰는 듯 보였다. “너 진짜 이씨 가문 사모님이 되고 싶은 거야?” 그가 한 걸음 다가서며 저도 몰래 긴장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걔가 너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응?” 서은수는 시선을 올리고 분노에 찬 이 남자의 눈빛과 마주치더니 실로 우스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런 걸 왜 묻는 걸까? 소유물을 침해당한 듯한 이 태도는 또 뭐지? 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도발에 가까운 미소를 날렸다. “크고 잘해. 어린 데다 또 엄청 잘 챙겨줘. 이거면 되겠니?” “야!” 강지훈의 눈동자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는 서은수의 손목을 더 꽉 쥐었다. 너무 아픈 서은수는 사색이 돼버렸다. 통제력을 잃기 직전의 남자 몰골을 보며 서은수가 또다시 야유를 날렸다. “강 대표 이제 농담도 못 받아치시는 거야?” 그녀는 살짝 힘주며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도통 풀리지 않았다. 이참에 아예 손을 잡히고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업무 논의하러 간 거야. 누구처럼 마음속에 수치스러운 인간 품고 스스로 찔려서 초조해하는 줄 알아?” 이것은 분명 비꼬는 말이지만, 놀랍게도 강지훈은 날카로운 비난에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갑자기 말을 꺼냈다. 말투도 어느덧 평소의 통제력을 되찾은 듯했다. “일주일 후에 코어 팀과 중요한 협력 파트너들을 모아서 내가 새로 개발한 프로젝트를 견학하러 갈 거야. 그때 너도 와.” 서은수는 아픈 손목을 주무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가거나 말거나, 그녀에게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제 더는 강지훈이 가끔 베풀던 다정함에 마음이 설레던 서은수가 아니니까. 일주일 후, 프로젝트 견학일. 현장에는 고급 차가 줄지었고, 기자들의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졌다. 출발 전, 도승아는 안주인처럼 시종일관 강지훈 곁을 지키며 웃음꽃을 피웠다. 반면, 진짜 안방마님인 서은수는 한쪽에 홀로 남겨져 완전히 무시당했다. 차에 타기 직전, 강지훈은 자연스럽게 도승아의 손을 잡고 롤스로이스 뒷좌석에 함께 타려 했다. “잠깐만.” 문득 서은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갈라놓으며 도승아를 향해 태연하게 말했다. “도승아 씨는 비서일 뿐인데, 어디에 타야 할지 굳이 내가 일러줘야 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승아는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롭게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한편 강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잠시 저울질한 끝에 모두의 시선 속에서 서은수의 손을 잡고 뒷좌석에 함께 탔다. 가십거리 기사는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반드시 잉꼬부부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 도승아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고 억지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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