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1초, 2초, 3초...
10초가 지나서야 허이설은 무너질 듯 가라앉는 숨을 고르고 몸을 돌렸다.
뒤에 서 있던 용제하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축 처진 앞머리가 그의 눈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은 얼굴에 조그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온 그가 자신을 끌어안던 따뜻한 온기, 그 품에서 마주치던 눈빛, 말없이 오래 머무르던 그 순간들 말이다.
허이설은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 갑작스럽게 들린 짧은 새소리와 벌레 울음소리가 더 크게 가슴을 두드렸다.
용제하의 손이 닿은 손목 부분은 금방이라도 달아오를 듯 뜨거워졌다.
불에 데일 것처럼 말이다.
그 뜨거움이 더 번지기 전에 허이설은 살짝 손목을 틀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실험실 밖으로 걸어갔다.
용제하의 시선이 뒤에서 무겁게 꽂혔다.
그 탓인지 발걸음이 원래 속도를 잃고 자꾸만 느려졌다.
허이설은 두근거리다 못해 어지러울 듯한 마음을 붙들고 실험실에 도착했다.
그때, 남소이와 다른 팀원들이 조용히 각자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숨이 조금 가라앉았다.
남소이는 허이설을 보더니 놀란 얼굴로 물었다.
“두 사람 얘기 더 할 줄 알았는데.”
허이설은 고개를 젓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녀는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온 후, 허이설은 온 신경을 작업에 쏟아부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방금 전의 모든 장면을 잊어버리기 위해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남소이가 다가와 허이설의 손을 잡았다.
“밥 먹으러 가자니까. 왜 이렇게 조용해? 물도 한 모금 안 마셨잖아.”
허이설은 멈추고 장갑을 벗었다.
“목이 안 말라서. 그래서 안 마셨어.”
“그래도 좀 마셔. 자, 밥 먹으러 나가자. 다들 배고프대.”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새 오후 여섯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허이설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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