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화
새 장비 덕에 이제 실험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니 아까 일들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허이설은 하품을 했다. 눈꺼풀이 내려앉을 만큼 피곤했다.
남소이는 허이설을 보며 말했다.
“진짜 안 갈 거야?”
허이설은 흠칫하더니 그제야 무슨 남소이의 뜻을 깨달았다.
“안 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벽에 나긋하게 몸을 기댔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하나 푼 뒤 소매를 팔꿈치까지 감아올렸다.
드러난 손목은 희고 가늘었다.
남소이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알겠어. 그럼 내가 맛있는 거 시켜주지.”
허이설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진동했다.
용제하에게서 온 문자였다.
[실험동 아래 있어]
허이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 오면 너희 집 찾아갈 거야. 어머님이랑 아버님은 날 반갑게 맞아주시겠지?]
허이설은 헛웃음을 흘리며 눈을 굴렸다.
[가든지.]
답장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응 너희 오빠,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에게 말해야겠다. 네가 옛날에 나 좋아했다고 말이야. 그리고 너 나를 갖고 놀았잖아. 이것도 다 말할 거라고.]
허이설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남소이를 보더니 말했다.
“내 건 시키지 마. 나갔다 올게.”
남소이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칼이라도 줄까?”
“그럴 것까지야.”
허이설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치맛자락을 날리며 밖으로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갔는데 용제하는 정말 바깥에 서 있었다.
건물 앞에는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금빛 나뭇잎이 계속 떨어지면서 바닥에 듬뿍 쌓였다.
따뜻한 햇빛이 느긋하게 서 있는 용제하의 흰 셔츠에 내려앉았다.
힘없이 늘어뜨린 손목 위에는 여전히 그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허이설은 잠시 숨을 골랐다. 이제는 용제하에게 해명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사실 처음부터 그를 가지고 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 용제하가 그녀를 몰아붙이는 것도 과거에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오해와 복수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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